요즘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 중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있다. 언뜻 보면 사자성어 같은 이 말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같은 상황을 두고 이중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는 행태’를 일컫는 줄임말이다.

우리가 이중 잣대에 불합리를 느끼는 이유는 판단의 기준이 일정하지 못하여 논거의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이로 인해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것뿐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나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은 안 돼’라는 이기적인 오만함 때문에 더 기분이 상하는 것이 아닐까?

‘수원 전투비행장 이전’과 관련하여 일부 격렬한 찬성론자들이 벌이고 있는 요즘의 행태를 보면 바로 이것이 ‘내로남불’이라고 느낀다.

지금 수원 전투 비행장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수원시민 뿐만이 아니다. 화성시 화산동 및 병점동 등지에 거주하는 화성시민 또한 소음피해를 입고 있다.

이를 수원시민만 피해를 입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 첫 번째 ‘내로남불’이다.

수원시민이 가까이 하기 싫은 시설을 화성시민도 가까이 하기 싫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이를 ‘국가안보’라는 대의를 위해서 화성시는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면, 왜 수원시는 지금 국가안보를 위해 참지 못하는 것인가? 이것이 두 번째 ‘내로남불’이다.

‘군공항이전특별법’의 취지에 따라 군공항이 이전되는 곳의 동의와 협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적인 절차이다.

하지만 예비후보지 선정부터 화성시에 이렇다 할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예비후보지가 선정되었다. 그 후에도 충분한 설득과 내부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것을 방해하고 일방적으로 수원시 공무원이 화성시에 들어와서 이전에 관한 설명회를 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계획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이젠 얼렁뚱땅 투표에 의한 다수결로 마무리 지으려고 하면서, 민주적인 척하는 것이 세 번째 ‘내로남불’이다.

이러한 여러 공작이 없더라도 화성시는 지금도 ‘수원전투비행장’의 피해를 받고 있는 지역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60여년간 미군 폭격 연습장으로 피해를 받은 상처의 땅에 전투비행장을 옮기자고 한다. 이런 비극적인 논의를 어느 누가 가벼이 이야기할 수 있을까? 화성시를 경기도 한쪽 귀퉁이 변방에 위치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쯤으로 여기는 수원시의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충분한 토론과 설득이 민주적 절차라고 한다면, 수원시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군공항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여기서 발생한 갈등이 앞으로 상황을 더 어렵게만 만들 것이다.

수원시는 한번도 우리에게 대화를 하자고 제의한 적이 없다.

예비 후보지 선정부터 지금 현재까지 본인들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안만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화성시에 5천억원을 주겠단 말만 했을 뿐, 대화나 소통을 하자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5천억원을 줄 테니, 그 정도면 많이 생각했다고 선심이라고 쓰고 싶으신건가?

그 돈의 내역엔 꼼수도 숨어있다. 만약 비행장이 이전한다면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3천억정도 들어있다. 남은 2천억이 실제 지원금액인 것이다. 이쯤은 화성시 예산으로도 충분히 지역에 투자할 수 있다.

더 이상 개발할 땅이 없는 수원시가 마지막 남은 세류동의 비행장을 이전하여 개발하려는 계획에 화성시는 동참할 수 없다. 그리고 수원만 군공항의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화성시가 같은 피해지역이였음에도 처음부터 협의하지 않고 예비후보지에 화성시가 거론된 것부터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은 ‘내로남불 수원시’의 처사다.

수원시의 로맨스를 성공시키려면 이 광활한 화성호 갯벌에 천문학적인 숫자가 들어가는 사업비를 투자하여 군 공항을 이전 했을 때 받는 이익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계산해보시길 바란다. 처음 계획의 몇 배가 더 들어갈지 모른다. 수원시의 재정으로, 수원시민의 세금만으로 이를 실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잘 판단해보시기 바란다. 그러한 숙고 후 성급히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예비후보지 탐색부터 다시하길 바란다. 내로남불의 로맨스는 항상 비극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김혜진 화성시의회 수원군공항이전반대 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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