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할만한 일이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책임 평가에서 그것도 단 한해 만에 순위가 무려 69계단이나 추락해 상위 100 탈락 위기에 몰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66.5점으로 26위, 2014년 68.3점으로 16위, 2015년 68.83점으로 20위 등 꾸준히 3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려왔다. 아마도 이러한 배경에는 정국을 뒤바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이재용 부회장 구속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면서 앞으로의 순위 변화마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이러한 순위 매김이 타당하다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국 보스턴에 본부를 둔 글로벌 컨설팅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I·Reputation Institute)가 최근 발표한 ‘2017 글로벌 CSR 순위’는 기업 지배 구조, 사회적 영향, 근로자 대우 등을 기준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점수로 매긴 것이어서 그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올해 15개국에서 실시한 17만여 건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건에서 삼성전자가 89위에 랭크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 간판기업인 삼성의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암시해 주고 있다. 물론 알려지기로 지난해 발표에서 총점 100점 만점에 69.8점으로 20위에 올랐던 삼성전자다. 그런데 올해 64.5점에 그치면서 89위로 수직 하락했고 100위 내 기업 가운데에서 순위 하락 폭이 가장 컸다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국내에서도 충격이 작지 않다. 우리는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포브스가 삼성이 지난해 갤럭시 노트7의 발화 문제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 스캔들에 연루됨에 따라 명성에 타격을 받았다는 말에 주목하고 있다.

예상했던 말이다. 이러한 평가는 올해 전 세계에서 사회적 책임을 가장 잘 구현한 기업으로는 덴마크의 완구업체인 레고 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잘 지켜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따지고 보면 이제 기업이 매출에만 열을 올릴 때도 지났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가라는 물음에 충분히 답을 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이러한 얘기는 지난해 7위에 올랐던 애플이 총기 테러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요구한 아이폰 잠금 해제를 거부한 것 등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49위로 떨어진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기업 평판 지수에서도 49위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어느 기업이나 아무리 오랜 기간 쌓은 이미지라도 단번에 무너질 수 있다. 바로 삼성이 보여준 사례다. 문제는 지금도 국정 농단 게이트 연루 사태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고 앞으로 평가 결과도 그렇게 낙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주목할 것은 일본의 경우 소니, 캐논, 도요타 등이 30위 내에 들었다는 점이다. 바로 턱밑에서 다시 추격하고 있는 무서운 사실을 정부는 깨달아 무엇이 우선인지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삼성전자가 우리의 자존심이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봐서도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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