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주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누리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우리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주거를 위해서는 주거권을 확보해야 한다. 주거권(住居權)이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수준을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거권을 명시하고 있고, 주택법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그 의무를 규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주거권은 단순히 주택을 공급받거나 주택을 보유할 수 있는 권리를 뛰어 넘는다. 인간다움을 위한 최소한의 주거 서비스 차원이다.



주거권은 이미 유엔 해비타트(UN Habitat)을 비롯한 세계인권선언에서 선언한바 있다. 주택 및 주거생활에 연관된 권리에 관한 논의로서 국제기구와 인권단체 및 학계에서는 ‘적절한 주거생활을 누릴 권리’ 즉 ‘주거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많은 선진국에서도 주거권에 대한 다양한 조치들이 취해졌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동안 시장논리에 따라 주택을 양적으로 공급하는데 치중하여, 최소한의 주거수준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에게 적절한 주거권을 확보하는 것은 미흡하였다.



이미 주택보급률 115%((2015년) 시대지만 우리사회는 여전히 강제철거와 퇴거, 최저주거수준 미달가구, 홈리스, 주거양극화를 포함한 다양한 주거권의 문제가 존재한다. 한때 도시개발 과정에서 심각했던 강제철거(퇴거) 문제는 현저히 줄었지만, 용산참사(2009년)와 같은 사회적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또한 2014년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로 자살한 안타까운 사건들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아울러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다문화, 저소득 계층, 거리 노숙자, 비공식적 노동자 등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주거권은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88만원 청년세대의 주거권 확보를 위한 민달팽이유니온 활동에서부터 고령화 시대에 노인 주거권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적인 주거권 문제는 현재는 물론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포용적인 도시의 권리 차원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권은 보장받을 방법을 찾아보자. 이는 우리의 권리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 최소한의 주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양적인 공급위주의 주택정책에서 질적인 주거서비스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거주자 중심의 ‘주거서비스’ 정책으로 전환하여 주거 서비스 수준과 적용할 대상과 내용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점차 늘어나는 1인 가구에 적용할 주거서비스에서, 인구절벽 저출산·고령화 문제해결을 위한 주거서비스 수준과 적용할 대상과 내용을 찾아야 한다. 또한 생활공유에서 자원공유, 재능공유 등의 다양한 공유경제 가치를 제공하는 주거서비스를 찾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거주자 중심의 ‘주거서비스’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주거권 실현을 위한 특별법”과 같은 제도가 뒷받침되는 것이 필요하다. 주택을 다른 재화와 같이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로서 주거권 실현을 위한 별도의 법률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역점을 두고 추진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더욱 확대하여야 한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경쟁적으로 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그러나 전체 주택 대비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택지개발을 통한 건설은 물론 기존 주택의 매입과 임차를 통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더욱 확대하여야 한다. 또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더불어 저소득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바우처 제도도 활성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저소득 계층의 주택 수선을 전담하는 집수리센터 등을 마을단위로 활성화함으로써 생활주변에서 누구나 최소한의 주거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재준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전 수원시 제2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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