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가로수 관리 미흡

13일 오전 11시께 가로수가 길게 늘어선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의 한 가로변.

잎사귀가 거의 없어 앙상한 가로수 수십여 그루마다 각각 쌀 한 포대만 한 물주머니가 설치돼 있었다.

죽은 나무 때문에 보식됐거나 새로 심겨 어린나무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한 점적관수 물주머니였다.

그러나 몇몇 물주머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물이 다 떨어져 텅 비어 있었다.

일부 물주머니는 묶인 끊이 풀려 입구가 활짝 열려 있었다.

이 때문에 인근 보행자가 쓰레기 봉지로 착각했는지 신문지, 음료수 캔, 종이컵 등으로 가득한 물주머니도 있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 황(36)모씨는 "물주머니라고 써 있는데 쓰레기가 채워져 있어 보기 안 좋다"며 "나무에 물을 주려고 설치된 것 같은데 물은 텅 비어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호매실지구 가로변 가로수에 설치된 물주머니들도 마찬가지였다.

상가건물이 즐비한 거리의 가로수 곳곳에 점적관수라고 쓰여진 물주머니가 달려 있었지만 물이 비어있는 것은 물론 땅 속으로 물을 공급하는 호스가 끊겨져 있기도 했다.

나무가 죽어 보식목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물주머니가 설치돼 있었지만 정작 호스가 끊겨 있어 나무가지에 잎사귀가 거의 없는 모습이었다.

수원버스터미널을 지나는 경수대로 일대 설치된 수십여 개 중 절반 이상의 물주머니 역시 호스가 끊겼거나 모두 떨어져 있었다.

물은 채워져 있었지만 호스가 달려 있지 않은 모습, 호스는 달려 있지만 물이 없어 주머니 안이 바싹 마른 물주머니도 있었다.

길을 지나던 시민 정(55)씨는 "나무를 살리겠다고 설치한 물주머니가 도심 속 흉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봄철에 설치된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아직까지 달려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봄철 가뭄에 대비해 설치한 뒤 가을 가뭄을 고려해 동절기까지 물주머니를 떼지 않고 있다"면서 "업체를 통해 설치와 관리를 하고 있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joo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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