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이 머리 부위의 직접 살수라고 확정지었다. 무려 700여일 만에 사망 원인의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2015년 11월 경찰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백 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열 달 넘게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당시 서울대 병원 주치의가 사인을 병사로 했다가 유가족 및 여론의 강한 반발과 비판에 부딪쳤다. 백 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모습이 언론을 통해 비춰졌는데도 사망원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라고 했던 것이다. 당시 서울대 의대생들이 ‘의사의 길을 묻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의 잘못을 지적했고, 서울대 출신 선배 의사들의 동조도 이어졌다.

검찰은 백씨가 쓰러지기 전 13초, 쓰러진 이후에도 17초 동안 머리 부위에 직접 살수가 지속된 것이 사망원인이라고 결론짓고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살수 시 가슴 윗부분 직사 금지라는 운용지침을 위반했고, 이로 인해 백 씨를 사망케 한 것은 공권력의 남용에 해당되는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당시 경찰 살수차가 물대포의 수압 제어장치와 방향조절 장치가 고장 난 상태였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이 검찰 수사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사과하고 관련자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이다. 또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조치를 취해 피해배상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당시 살수차 요원 2명과 서울경찰청장, 4기동단장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하지만 정책적 결정 당사자인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 대해 직접적인 지휘감독 의무를 묻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한 점은 논란이 되고 있다. 백 씨의 유족들은 수사를 2년 가까이 끌면서 강 전 청장에게 서면조사만으로 면죄부를 주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 백남기 씨 사건을 보면 국가권력이 얼마나 국민을 포악하게 대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살상 무기로 돌변할 수 있는 경찰 살수차를 그것도 고장 난 상태로 동원했고, 운용 원칙도 지키지 않으면서 마구잡이로 살수했다는 사실은 국가권력의 포악성이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 정부가 이를 덮기 위해 사인까지 조작했지만 결국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국가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공권력을 남용하여 살상무기부터 들이대는 야만적인 행위는 다시는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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