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성(城)/홍준영/멘토프레스/575페이지


만약, 조선이 1910년 일제에 의해 멸망하지 않고 2010년까지 존속해왔다면, 지금의 한반도에서는 어떤 일들어 벌어졌을까? 그리고 그때를 사는 세대는 지금의 대한민국과 무엇이 달랐을까?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이는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봤을 꽤 흥미로운 상상이다. 그런 상상을 SF소설로 옮긴 신간이 출간됐다. 멘토프레스의 ‘이방인의 성’이 그것.

이 책의 저자 홍준영은 자신이 오랫동안 연모하던 세계를 이 책에 담았다. 작품 속 중심무대는 2010년, 건국 619년을 맞이한 조선이다.

이야기는 17세기 명나라 패망 이후 중원을 접수한 조선은 현 국왕의 형이자 실질적 권력자인 ‘합선대군’이 경인민란 61주년을 기념해 세계적 연회를 주최하면서 시작된다. 작중 묘사되는 경인민란 역시 역사속 실제 사건과 다르다. 작품에서의 경인민란은 1950년에 일어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세력의 국지전이자 좌우세력 간의 대리전이다. ‘조선전쟁’이라 불린 이 전쟁으로 공산주의 세력은 팽창이 억제되고 조선은 아시아의 맹주 위치를 확고히 한다. 그런 조선이 주최하는 연회이기에 연회장은 전 세계의 주목을 이끌고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인사들이 참석한다.

그러던 중 이 연회에 공산주의 잔존세력 ‘어깨동무가’ 난입한다. 그들은 세계 각국의 외교사절단과 유명인사를 인질로 삼는다. 그리고 모든 인간과 기계를 좀비로 만들 수 있는 악성코드 ‘마키나 바이러스’를 살포한 뒤 종적을 감춘다.

당황한 조선 33대 왕 이융과 합선대군은 조선국방과학연구소 대제학 99대 장영실을 부르는 한편, 각국의 수장과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단체 ‘디오게네스클럽’과 대책을 논의한다. 한편 전 세계는 조선에서 벌어진 테러에 대응하기 시작한다.

작품은 작가의 상상과 오마주, 패러디가 곳곳에서 등장한다. 역사와 픽션을 오가는 소재들은 읽는 내내 오감을 자극한다. 이 책은 대체역사소설이란 특성을 살려낸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황호영기자/alex17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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