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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20·3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표적이 되는 이유는

2017년 11월 13일 월요일


지난달 대학생 A씨(23)는 졸업작품 전시회를 준비하다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검찰청 수사관이라고 밝힌 남성은 A씨의 통장이 범죄와 연루됐다고 설명했죠. A씨는 남성이 말한 안전계좌로 학부 졸업작품전 공금 2천400만원을 송금했고, 남성이 잠적한 뒤에야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속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보이스피싱은 전화를 이용해 상대방을 속이거나 경찰, 금융 기관 등을 사칭해 돈을 빼는 금융 사기 수법을 일컫는 말입니다. 과거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상당수가 노인층이었다면 최근에는 A씨처럼 젊은 여성 피해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보이스피싱 피해자 74%가 2030 여성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 등 수사기관이나 금감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2천922건 중 74%(2천152건)가 20∼30대 여성의 피해 사례였습니다. 이들의 피해액도 전체 247억원 가운데 83%(204억8천500만원)에 달했습니다. 같은 연령대 남성의 피해 건수는 233건, 피해액은 19억1천만원으로 약 10분의 1 수준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공공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가운데 20~30대 여성은 2017년 1분기 74.2%, 2분기 73.4%, 3분기 68.7% 등 꾸준히 70% 가량을 차지했습니다.

◇가짜 금감원 서류에 안심…"누구나 당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피해자 중 상당수가 전문직이나 사무직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5월엔 간호사 B(29)씨가 전화 한통으로 4천만원을 모두 날렸습니다. B씨는 '금융계좌가 사기범죄에 이용됐다'는 말에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이라고 직감했지만 '돈을 찾아서 금감원 직원을 직접 만나라'고 하자 판단력이 흐려졌습니다.


B씨는 대구 한 지하철역에서 금감원 직원이라고 밝힌 여성에게 현금 4천만원을 건넸습니다. B씨와 같은 수법에 당한 피해자들은 정장 차림 여성이 눈앞에 가짜 금감원 서류를 들이대자 경계의 끈을 늦췄고 "범죄와 관련이 없으면 돈을 돌려줄 테니 안심하라"고 하자 쉽게 거금을 넘겨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 9월에만 1천만 원 이상 피해를 본 20~30대 보이스피싱 피해 여성은 총 86명. 여기서 설문조사에 응답한 51명 중 일반 사무직과 교사, 간호사 등 전문직이 약 74.5%에 달합니다. 교육수준이 높은 사무직 여성의 경우 스스로 범죄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데다 사기범이 전문용어를 구사하면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목돈 모았을 가능성 커 2030 여성 노려

이렇게 20~30대 여성의 피해가 큰 이유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주된 표적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김범수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20대 여성들이 남성보다 사회진출이 빠르고 결혼을 앞두고 목돈을 모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노려 범죄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범죄 연루', '구속영장 청구' 등을 언급하며 압박하면 크게 당황할 뿐 아니라 현금 전달 현장에서 사기임이 들통나도 물리적으로 제압이 쉽다는 인식이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경찰에 붙잡힌 보이스피싱 일당 13명은 젊은 여성을 주로 범행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들은 20대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으니 예금을 인출해 우리가 보내는 금감원 직원에게 맡겨라"며 외부로 유인해 돈을 받고 달아났습니다. 비슷한 수법으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50명에게서 19억여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지난 7월 붙잡힌 보이스피싱 조직원 역시 20대 여성을 노렸습니다. 검찰과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지난 4월부터 3개월 동안 20대 여성 29명으로부터 5억2천400여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목숨까지 위협…어떻게 대처할까

보이스피싱은 돈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지난 2009년에는 보이스피싱으로 학비 650만원을 날린 여대생이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여대생은 자책하다 '사기를 당해서 부모님께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자칫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경찰청과 금감원은 지난 1일 소비자경보를 '주의'(4월)에서 '경고'로 격상했습니다. 소비자경보 3단계 '주의-경고-위험'' 중 두 번째 수위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로 정부 기관이라며 계좌이체 또는 현금 전달을 요구하는 전화는 100% 보이스피싱"이라며 "이런 전화를 받으면 일단 끊은 뒤 해당 기관 공식 대표번호로 전화해 반드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금감원은 20~30대 여성이 은행에서 고액의 현금을 인출할 경우 보이스피싱 관련성 여부 확인하고 피해위험 안내를 강화한다는 입장입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수법과 사기범의 목소리도 공개할 계획입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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