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얼마 전 포항 지진으로 재난안전키트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형 재난안전키트의 개발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결국 이런 이유로 총 4단계 중 1단계 제품 외 나머지 제품들의 개발이 중단되면서 재난안전키트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우리는 도대체 왜 도의 재난대책 추진 속도가 제자리걸음인지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 뻔한 재난안전키트에 관한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 소식에 의하면 경기도 주식회사가 제작 중인 경기도형 재난안전키트는 지난 7월 1단계 제품인 ‘라이프클락’(Life Clock)만을 출시한 채 개발계획이 중단된 바 있다.

알다시피 이러한 재난안전키트는 지난해 12월 남경필 경기지사가 직접 발표한 ‘지진 72시간 생존 계획―방재(防災)3+ 플랜’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로 계획은 순수했고 좋았다는 평이다. 다시 말해 지진 발생 후 도민들이 72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도록 26종의 비상구호물품이 담긴 재난안전키트를 제작해서 이를 경기도주식회사로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도와 경기도 주식회사는 재난안전키트의 모델을 예비단계에서 발생, 대기 그리고 마지막 구조 등 재난상황에 따른 4단계 제품으로 구성했다. 이후 지난 7월 1단계 예비단계 제품인 라이프클락을 출시한 일이다. 구성은 거의 시계 형태로 조명봉·호루라기·구호요청깃발·보온포·압박붕대·IC카드 등 6종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럴 계획은 아니었다. 단계별로 제품의 구성을 늘려가 마지막 4단계인 구조 단계 제품에는 보존식과 물 등 총 26종의 비상구호물품이 담길 계획이란 소식이다. 그럼에도 현재 라이프클락의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도와 경기도 주식회사가 라이프클락 이후 제품 개발을 중단한 상태라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얘기다. 비용이야 3만9천 원 정도였지만 라이프클락이 7월 출시 이후 1만여 대라는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한 근본적인 이유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 같이 재난으로 불안한 상황에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살려봐야 할 재난키트다. 그럼에도 판매량 조차 공공기관과 생존교육 기자재 용도로 판매된 것이 고작이라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출시 이후 도청내 각 실·국에 활용계획·구매 희망수량·공급희망일 등을 작성하라는 문서가 배포돼 강매 의혹이 제기된 적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도와 경기도주식회사는 개발비용이 소요되는 나머지 3단계의 재난안전키트 개발계획을 잠정 보류하게 된 것이다. 생각하기에도 단순히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재난안전키트 개발을 중단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처음부터 시장성을 고려했어야 했다. 공공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했지만 팔리지 않을 물건을 만들어 봐야 뭣했겠는가 하는 원론적인 문제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일이다. 과정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결과로 승부해야 했을 얘기다. 처음부터 필요하다면 다시 시작해야 할 재난키트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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