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주식회사 '라이프클락'… 경기도, 254억원 들여 구매 계획
31개 시군과 협의도 없이 검토… 불공정거래·선거법 저촉 우려

경기도가 도내 31개 시·군과 협의 없이 혈세로 재난안전키트 72만여 개를 구매해 안전취약계층에 보급한다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 1월 8일부터 시행되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근거로 독거노인, 장애인, 한부모가족, 기초수급자 등에게 재난안전용품을 배포하겠다는 것인데, 도 내부 검토에서도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유사한 가격대의 재난안전용품들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음에도 재난안전키트 구매를 명시해 특혜 또는 공정거래 위반 의혹까지 불거질 전망이다.

7일 경기도와 도재난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도는 내년도 재난안전본부 예산안에 ‘재난안전용품 보급’이라는 사업명으로 10억 원을 편성했다.

경기도주식회사가 제작한 재난안전키트 라이프클락 2만8천 개를 도비로 사들여 도내 저소득층 및 독거노인 등 안전취약계층 가구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도는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 안전취약계층의 안전관리대책을 포함하게 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근거로 도내 안전취약계층 72만7천 가구에 라이프클락을 모두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도와 경기도의회 안팎에서는 이같은 도의 사업계획은 앞으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내 모든 안전취약계층 가구에게 라이프클락을 보급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시·군과 협의없이 매칭사업으로 추진하려 하기 때문이다.

필요 사업비는 254억 원으로 추산됐다.

선거법 위반 소지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 도는 ‘라이프클락의 무료배포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되는지’를 선관위에 질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질의 결과 ‘조례에 근거한 재난안전키트 제공은 위법은 아니다’라는 회신을 받긴 했지만, 도는 오해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방선거 이후 예산 집행을 기조로 잡았다.

내년 지방선거판에서 경주와 포항 지진 이후 높아진 재난안전용품에 대한 관심을 노린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우려한 것이다.

경기도주식회사에 대한 특혜 시비에 빠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 3만9천 원대인 라이프클락과 유사한 가격대·구성의 상품들이 있음에도 도비를 들여 특정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워서다.

재난안전본부는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도의회 예산안 분석자료를 통해 재난안전키트 구매계획이 명시돼 있어 특혜시비 또는 불공정거래 제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접한 서울시와 인천시의 경우 재난안전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별도 재난안전용품 계획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취약계층 가정내 전기, 수도 등 시설보수 지원사업은 매년 하고 있지만 재난안전용품 보급 계획은 없다”면서 “재난법이 개정됐지만 물품은 소모품이고 예산 규모도 커 유관 단체 후원이나 협조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영민·오정인기자
▲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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