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사무소 찾은 절반 이상은 맨손 귀가

▲ 8일 오전 5시께 근무장소를 배정받기 위해 용인시에 위차한 S인력사무소에 모인 일용직 근로자들. 60명이 넘는 근로자가 찾는 다른 계절과 달리 겨울에는 일감이 부족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가 이곳을 찾는다. 김준석기자
8일 오전 4시50분께 성남시 수정구의 H인력사무소.

건축공사 현장 등 이날 하루 일할 곳을 찾기 위해 일용직근로자들이 이른 새벽부터 하나둘씩 사무소를 찾았다.

근무장소 배정 전 사무소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김(32)씨는 겨울철 일감이 적어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인력뿐 아니라 건설업 자체가 불황"이라며 "땅이 얼어 중장비도 비수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보다 겨울철에는 사무소를 찾는 인력자체도 거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0년이 넘도록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근로를 해왔다는 박(48)씨는 "기술직들 라인마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일감 없이 돌아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아예 4시쯤부터 미리 와 있으면 그나마 일거리 얻을 확률 높다"고 말했다.

H인력사무소를 운영중인 김(63)씨는 "겨울철 아닐 때는 60명 이상이 새벽마다 사무소 찾지만 추운 겨울에는 40명 정도밖에 찾아오지 않는다"며 "그마저도 일자리가 모자라 절반 정도 제외하고는 다시 집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인력사무소를 박(55)씨는 사무소에서 배정해 준 자재운반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워 일감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같은날 화성시에 위치한 J인력사무소를 찾은 양(52)씨는 "겨울철에 일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며 "추우면 웅크리거나 이동이 더디다보니 낙상사고 등도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관급공사는 겨울에 잘 안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H인력사무소와 마찬가지로 J인력사무소 대표 정(66)씨 또한 "여름철에는 매일 평균 100명까지 인력 내보내는데 최근에는 일감 줄어 80명도 채 내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축공사 현장 특성상 공휴일 없이 돌아가 관리자 입장에서 어려움 느끼는데도 불구하고 겨울철에는 거꾸로 일이 너무 없어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정씨는 또 "여름에는 괜찮은데 겨울철에는 교통수단 또한 더욱 문제"라며 "차가 있는 근로자도 있고 없는 근로자도 있어 추운 날씨에 현장 배치될 때 차량지원에 대한 부분도 문제가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원지역 S인력사무소를 찾은 김(56)씨는 현장에서 제대로 지원도 못받는 안전장비에 대한 고충도 털어놨다.

김씨는 "현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헬멧 같은 기본장비만 주고 나머지 장비는 전혀 주지 않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안전장비는 결국 개인이 알아서 비용 들여야 한다"며 "공사현장에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들어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김준석기자/joo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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