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내일 경기도를 포기하겠습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12일 늦은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긴 이 짧은 문구는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네티즌들은 이 문구를 두고 경기지사 사퇴냐,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이냐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정답은 따로 있었다.

다음날 국회에서 열리는 ‘광역서울道 형성과 수도권 규제 혁신’ 토론회 홍보를 위한 티저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슈를 끌기는 했다.

그런데 여론은 썩 좋지 않았다.

남 지사의 의도와 달리 부정적인 댓글들이 그의 페이스라인을 도배했기 때문이다.

남 지사는 간절했을 것이다.

그가 경기도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수도권 규제 혁파에 노력한 바는 만인이 알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누구보다 가장 먼저 지방분권을 주창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아마 그래서 노이즈 마케팅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규제 혁파를 위한 광역대도시권 형성이라는 아젠다를 선점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택에 앞서 위치를 생각해야만 했다.

1천300만 도민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경기도백이 “경기도를 포기한다”고 했다.

득보다 실이 많았다.

성난 대중은 정제되지 않은 단어로 남 지사를 때렸다.

시선을 모으기는 했으나, 그가 꺼내든 광역대도시권을 향한 관심은 분명 아니었다.

정적(政敵)들에게도 공격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양기대 광명시장, 차기 경기지사를 노리는 두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남 지사를 공격했다.

이 시장은 “가도 너무 갔다”면서 농담도 안 될 주권모독이라고 날을 세웠다.

양 시장도 “노이즈 마케팅이 과하다”며 남 지사의 지난 도정(道政)을 부정했다.

목적의 순수성은 배제된 채 짧은 문구 하나로 남 지사는 또다시 타켓이 됐다.

과유불급(過猶不及)에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셈이다.

“저는 내일 경기도를 포기하겠습니다.”

이번 노이즈 마케팅은 짙은 아쉬움만 남겼다.

황영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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