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초중등학교 선생들과 자리를 같이 하게 됐다. 요즘 학교 선생들이 학생들에게 인성교육, 생활교육 방관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을 했더니, “그런 오해를 할 수 있습니다. 교육자라고 별다릅니까. 교육자도 인간인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때로는 잘 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무관심합니다. 세상이 그렇게 만듭니다. 일부 아이들은 선생을 자기 집 애완견만도 못하게 여겨요.“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엄격한 가정교육에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뜻한바 있어 교육자의 길을 쉽지 않게 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긍지 또한 남다르지 않습니다. 이 생각은 나뿐만 아닙니다. 교육자 대부분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늘 학생의 미래가 곧 내 미래라 생각하니까요. 학생을 잘 가르쳐 훌륭한 제자로 만들고 싶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착한 사람이 돼야한다.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수업시간 중엔 잡념을 버려야 한다. 선생이 하는 말 듣는데 집중해야한다. 그렇게 말을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닙니다. 수업 중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던지, 고개를 수그리고 잠을 자기도, 옆자리 학생과 언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걸 보고도 모르는 척 수업만 진행하고 수업시간이 끝나면 교실을 나갑니다. 잘 못 됐지요. 잘 못된 걸 모르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아이 부모입니다. 게다가 아동복지법입니다. 교육현장에서는 악법입니다. 인성교육, 생활교육이랍시고 꾸지람 했다가는 야단납니다. 그럴 바에는 모른 척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싶어 피합니다.”

그렇다고 모르는 척 해서야 그랬더니, “제게도 가정이 있습니다. 학생이 여교사에게 성추행을, 그것도 반복적으로 하자 그 학생 뺨을 때렸다가 아동학대죄로 고발당하고 타교로 전출된 사실이 있습니다. 그렇게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합니까? 국가도 그 누구도 선생 보호 안 해 줍니다. 그래서입니다.” 그러면서 요즘 학부모들 여차여차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종종 언론에서 학생이 선생에게 욕을 하고 심하면 얼굴에 침을 뱉고 폭행을 하는 사건, 그 뿐만 아니라 학부모가 아이 말만 듣고 전화로 폭언하는 건 보통이고 학교로 찾아가 폭언 폭행을 하는가 하면, 교감 교장에게 담임을 바꿔 달라, 다른 학교로 내쫓으라고 했다는 것을 듣긴 했지만 그들 말을 들으니 정말 심각했다.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과 서초지역에서 근무해 보겠다는 선생이 줄을 섰었는데 요즘은 그곳으로 갈 거냐고 하면 너나없이 손사래를 친다고 했다.

“그럼 당신에게 그곳으로 가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이 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더니 펄쩍 뛰며 “나도 인간입니다. 환경 좋은 아이들 제자로 둬 잘 되기를 바라지만, 그리고 최선을 다해 교육시키고 싶지만 그래도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부 학부모와 아동복지법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교육자들이 교육자 아닌 직업인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왜 남의 자식 잘 되라고 가르치다 따귀 맞고 욕먹고 끌려 다녀야 합니까? 이건 저만의 생각입니다만 교육자와 학생, 스승과 학생, 다 끝났습니다. 한석봉 이율곡 어머니 그런 분들 정말 존경스러운 세상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선생이 하는 이야기, 교육도 좋지만 남의 자식 바르게 가르치려다 따귀 맞고 망신당할 일 있습니까? 나도 인간입니다. 그 말이 이해가 됐다. 하지만 미래의 인류를 위해 교육은 바르게 되어야 한다. 교육자를 탓하기 이전에 초중고 학생을 둔 부모는 물론 정부가 교육에 대한 올바른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교권보호정책개발(敎權保護政策開發). 늦지 않게 서둘러야 한다. 왜 교육을 위해 사랑의 회초리를 들면 안되는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