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청소년 정신건강 (1)갈 곳 없는 아이들
경기도, 학생 우울증 진료 최다 불구… 치유학교 2곳 수요 충당 태부족
장기입원 필요땐 타지역 원정길

멍든 청소년은 갈 곳이 없다. 우울증, 스트레스 등으로 청소년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지만, 이들에게 정신치료와 학업을 함께 제공하는 교육 시스템 마련은 요원하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및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서 실시한 청소년 정신건강 상담 건수는 2013년 2만4천978건에서 2014년 3만2천658건, 2015년 4만1천464건, 2016년 5만1천639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타개하고자 일부 지자체와 교육청은 10여년 전부터 병원과 협약을 맺고 장기 입원중인 학생이 치료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병원학교’를 운영중이다. 하지만 경기도내에는 정신건강 문제로 장기입원이 필요한 학생에게 학습권을 제공할 수 있는 병원학교가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본보는 위기에 빠진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되짚어보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신건강 치료와 학교교육을 병행하는 ‘병원학교’가 경기도내에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2005년부터 소아암 등 건강장애로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에게 학업 기회를 주고 학생의 건강 문제를 해소하고자 전국 33곳에서 병원학교를 운영중이다.

각 지역 교육지원청은 병원과 협약해 병원내 학습공간을 마련하고 교사를 파견해 교육을 제공한다. 학생은 수업과 치료를 병행하며 출결을 인정받아 학습 결손을 해소한다.

그러나 도내에는 정신건강 치료와 학업을 병행하는 ‘정신건강’ 전문 병원학교가 없어 장기 입원치료가 필요한 학생들은 타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2006년부터 운영중인 서울시 광진구 소재 국립정신건강센터병원학교(참다울학교)에는 도내 주소지를 둔 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참다울학교를 찾은 학생 67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학생이 경기도 거주자로 확인됐다.

또한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부적응 등 학업중단 위기에 놓인 학생을 위해 위탁형 치유학교 2곳(수원·고양)을 운영중이지만, 정원이 각각 10명 내외에 그쳐 수요를 충당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도내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전국에서 가장 취약한 수준이어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9세 이하 건강보험 우울증 질환 진료현황은 전국 총 6만5천435건으로, 이중 경기도는 1만7천899건(27.3%)을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4년 5천936건이었던 도내 우울증 질환 진료 건은 2015년엔 5천553건, 2016년엔 6천410건으로 증가세에 있는 등 도내 청소년의 정신건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한 병원학교 관계자는 “최근 우울증, 조울증을 겪으며 학교부적응 학생이 늘어나는 등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학생의 정신건강 안정과 학업 지속을 위해선 정신건강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학교 설립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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