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나이·재산 속이고 접근 7년간 6명에 혼수비용 등 편취
함께 도피생활 중 구타·학대도

결혼을 빌미로 젊은 여성들에게 거액을 뜯어낸 뒤 달아난 가족사기단이 검찰에 붙잡혔다.

수원지검 형사4부(부장 서정식)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김모(50·여)와 남편 이모(47)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1년 1월 전 남편과 낳은 아들 박모(29)씨를 A(26)씨와 교제하도록 한 뒤, 같은 해 혼인신고 없이 결혼식만 올리고 같이 살게 했다.

김씨와 남편 이씨 등 이들 가족은 A씨가 결혼을 결심한 이후 혼수비용과 각종 자금이 필요하다는 명목 등으로 지난해까지 13억 원을 뜯어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대전의 폭력조직 조직원인 자신의 직업을 의사나 사업가로 꾸미는 등 직업과 나이, 재산을 모두 속이기도 했다.

김씨와 이씨가 계모임 등을 돌아다니며 범행대상을 물색하면, 박씨가 나서 자신들이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인 것처럼 연출해 호감을 산 뒤 혼수비용이나 사업자금이 필요하다는 명목 등으로 여성들에게 돈을 요구한 것이다.

김씨 가족은 이 같은 방식으로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20~30대 여성 6명에게 결혼을 빌미로 약 18억 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피해 여성에게 더는 돈을 받아낼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잠적 후 다음 범행을 준비했다.

피해 여성들은 이들을 고소했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생긴 갈등”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박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혐의 처리되기도 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이 고소 사건은 지난해 8월 한 방송사 방송 이후, 박씨가 자수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박씨는 1건에 대해서만 자수했지만, 검찰은 추가 수사를 벌여 다른 피해사례를 확인하고 박씨를 구속기소, 달아난 김씨와 이씨를 지명수배 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김씨 등의 말만 믿고 최근까지 도피를 도우며 끌려다는 A씨를 구출하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이 피해를 본 사실을 모르고 김씨 등과 함께 도망쳐왔으나, 생활비를 벌어오라며 나무 몽둥이와 쇠파이프 등으로 수시로 구타당하자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9일 이들에게서 도망쳐 나왔다.

검찰은 그때까지도 자신의 사기 피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던 A씨를 설득해 추적 단서를 확보, 같은 달 19일 강원도 고성에서 김씨와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김씨 등과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자신이 김씨 일가족의 구성원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A씨 말고도 2013년 박씨와 결혼하기로 하고 가족을 떠난 뒤 연락이 끊긴 여성 한 명이 소재가 파악되고 있지 않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변근아기자/
▲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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