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문재인 정부는 자치분권 로드맵(안)을 발표했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재차 지방분권과 자치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치 분권 개헌을 강조했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이미 중앙정부와 전국 지자체는 행동에 나섰다. 분권을 위한 개헌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우리는 지난 보수 정권 10년 동안 중앙정부가 독점했던 권력과 통치구조가 얼마나 많은 부패와 부조리의 적폐를 만들어왔는지를 경험했다. 자치분권은 이 같은 국가권력 전횡에 대해 견제와 균형의 권력분립적 의미를 갖고 있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그 간 성숙해 온 지방자치의 힘으로 국가의 안정적인 운영이 이루어졌다. 이 외에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사태처럼 국가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중앙집중적 재난 대응 시스템 보다 지방의 현장 중심 대응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치분권을 이뤄내야 하는 이유는 도처에 널려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치분권이 논의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전략으로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시대적 인식 때문이다. 프랑스와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개헌이나 법률 개정을 통해 지방분권 국가로 전환하는 전략을 채택하며 혁신성장과 번영을 이뤄냈다. 세계 최고의 지방분권 국가인 스위스는 10년 연속 국가 경쟁력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각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면 그 총합 이상으로 국가 경쟁력은 높아진다. 이것은 자치분권 실현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이것만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광명시의 랜드마크인 광명동굴은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한 자치분권의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손꼽힌다. 40년간 버려진 폐광산을 살려야 한다는 주민의 목소리는 지역의 여론이 되어 시장의 결단으로 이어졌다. 광명시는 광명동굴 개발을 통해 2015년 4월 유료화이후 초기투자비 등을 제외하고 200억 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서울의 베드타운에 불과했던 광명시의 성장 동력은 관광과 서비스산업 밖에 없다는 광명시만의 발전 전략이 주효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작은 지방정부의 시장으로서 느낀 고난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상급기관과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노력은 물론이고 규제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고, 상급기관의 징계나 감사를 받지 않기 위해 소극 행정하는 공무원도 설득해야 했다. 모두가 자치분권이 법제도적으로 완비되지 않아 생긴 어려움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상황을 혁파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계기가 됐다.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자치와 분권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복지, 교육, 경찰, 사법, 문화, 교통, 건강, 행복 등 국민들의 삶과 관련된 모든 행정은 현장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국민이 이 나라의 실제 주인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내 삶이 바뀌는 자치분권 개헌은 갈림길에 섰다. 어렵다고 돌아갈 수도 없다. 지금이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개헌의 걸림돌이 있다면 촛불혁명 때처럼 국민의 힘으로 돌파해야 한다.

경기도는 31개 시군이 각 지역마다 다양성과 민주성, 자율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광역 지방정부이다. 때문에 경기도는 31개 시군의 특징과 장점을 살린 사업들을 돕는 조력자(coordinator)인 동시에 협업을 주도하는 리더(leader)가 되어야 한다. 이번 개헌은 경기도의 자치분권을 꽃피울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양기대 광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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