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이야기지만 매 선거 때마다 나오는 것이 ‘지방분권 개헌과 기초의원 공천제 폐지’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음에도 왜 고쳐지지 않는가? 왜 바뀌지 않는가?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비효율과 독선으로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고 촛불을 든 민의 앞에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겪은 지난 정권의 우(愚)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지 못하는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외치며 야심 차게 부활한 지방자치가 벌써 26년이다. 이 정도 시간이면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이지만 우리의 지방자치는 아직도 유아기처럼 간섭과 통제로 자치능력을 제한받고 지방분권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

정부는 ‘지방이 튼튼해야 나라가 튼튼해진다’라며 지방분권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개헌 의지까지 피력했다.

최근 성남시 및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연이어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지 속에 지방분권 개헌을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보다 지자체와 지역민들이 더 적극적인 이유는 현재 우리 지방자치제도가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면서 각 지자체별로 직선제를 통해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선출하고 있지만, 실제 행정은 중앙정부가 각종 법령과 재원을 무기로 해 지방정부에 지시하고 통제하는 구조로 이뤄지고 있다.

‘지방자치’는 실제 거주하는 지역의 주민들이 지역 공동사회의 정치와 행정을 그들의 의사와 책임 아래 처리하는 것으로 분권과 민주주의 실현, 넓게는 헌법적 가치인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이바지한다.

이런 취지를 되살리려면 지방정부의 4대 자치권인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조직권’을 헌법에 명시해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최근에 발표된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초의원 10명 중 7명(68.8%)은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한다.

기초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공천 결정권이 해당 지역 국회의원에게 주어짐으로써 공천비리와 로비가 난무하고, 능력 있고 주민에 대한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 대신에 돈 많고 아부 잘하는 정치꾼에게 공천이 돌아간다.

국회의원의 ‘점지’와 ‘편애’를 통해 당선된 이들이다 보니 지역정치는 소속 중앙당의 볼모가 돼 ‘소신 없는 정치’로 전락해 결국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ㅇ초해한다.

한편, 현행 기초지방의회 의원 선거구제인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돌리자는 의견도 있고, 거대 양당의 공천만 받으면 누구나 당선이 가능한 ‘2인 선거구 중심의 기초 선거구 획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성남시는 성명을 통해 “거대 양당이 독식해 민의를 왜곡하고 지방자치의 본질을 무시하는 2인 선거구 중심의 기초선거구 획정을 바꾸지 않으면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은 요원해진다”며 경기도에 민주적이고 투명한 선거구 획정을 요구했다.

서울시와 같이 공청회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2인 선거구를 축소하고 유권자의 표심을 공정하게 반영해 선거의 대표성과 민주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3~4인 선거구를 대폭 신설해야 한다.

지역적 특성이 고려돼야 할 문제까지도 중앙정치의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획일적인 틀에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여기에 자치의 필요성이 있다.

‘자치’와 ‘분권’은 특수성과 다양성, 창조성과 자주성을 동반하고 주민의 기본권 보장에 보다 충실한 이념이다.

주민들의 열망과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 ‘대의제’는 또다시 ‘촛불’의 화마(火魔)에 삼켜질지도 모른다.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희망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적기다.

부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길 바라며 6월 지방선거가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이루고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하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김유석 성남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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