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리랑부터 강남스타일·DNA 등 K팝까지

▲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미디어아트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
 대관령 골짜기에서 펼쳐진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은 세계인이 염원하는 평화를 찾아 떠난 다섯 아이의 모험을 그렸다.

 강원도 산골에 사는 해나래(불), 아라(물), 푸리(나무), 비채(쇠), 누리(흙)는 우연히 과거로 통하는 동굴을 발견하고 고대의 벽화 속에서 살아난 백호를 따라 기나긴 여정을 떠난다.

 아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불빛 가득한 미래의 도시에서 당도해 헤매던 답을 찾는데, 그 답이 바로 개회식의 주제인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다. 평화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고, 마음을 열고 만나 서로 소통하고 공감할 때 모든 행동은 평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개회식은 동화 같은 판타지 영화를 거대한 원형극장에 종합극으로 옮겨놓은 듯했다.

 고색창연한 한반도의 고대 신화와 전통 유산을 현재로 불러들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미디어아트와 K팝을 앞세운 역동적인 쇼로 흥을 돋우고 세계 평화를 선도할 미래 한국을 형상화했다.

 공연은 개·폐회식장 원형 무대의 중앙에 생겨난 높이 9m, 지름 4.8m의 거대한 평화의 종이 울리면서 시작됐다. 이어 거북선, 해시계, 훈민정음 등이 마법의 봉인이 풀리듯 눈 앞에 펼쳐지고 다섯 아이는 신화 속 주인공들과 한판 축제를 벌였다.

▲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미디어아트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
 이어 바닥에 그려지는 각양각색의 빛그림 속에서 역동적인 장구 연주와 춤판이 벌어지더니, 어느새 연주자와 무용수들이 무대에 거대한 태극문양을 만들어내자 관람석에선 탄성이 흘러나왔다. 뒤이어 소리꾼 김남기의 구슬픈 '정선아리랑' 가락에 맞춘 서정적 무대가 펼쳐졌다.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일렉트로닉뮤직(EDM)으로 경쾌하게 편곡한 '미인', '노란샤쓰 입은 사나이', '밀양아리랑', '아리랑목동', '단발머리', '손에 손잡고', '리듬 속에 그춤을' 등 친숙한 대중가요로 흥을 돋웠다.

 무대에 동그랗게 열을 지어 선 도우미들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코믹한 춤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올 때는 관람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졌으며, 때마침입장하던 미국 선수들은 말춤을 따라 추며 호응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DNA'를 비롯해 트와이스의 '라이클리',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 레드벨벳의 '빨간맛' 등 최신 K팝도 선보였다.

 원형무대의 바닥을 캔버스로 삼아 화려한 빛그림을 쉴새없이 그리고, 3만5천 개좌석마다 설치한 LED 조명을 이용해 펼치는 미디어아트 공연도 관객을 사로잡았다.

'록의 대부' 전인권을 비롯해 싱어송라이터 이은미, 록밴드 국카스텐의 리드보컬하현우, 여성 듀오 볼빨간사춘기 멤버 안지영 등 국내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신구 세대 가수들은 평화를 노래하는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합창했다.

 올림픽 찬가는 소프라노 황수미가 맡았다.

 1천218대 드론이 하늘에 오륜기를 그리는 드론쇼와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댄스팀 저스트절크의 깜짝 공연, 화려한 불꽃쇼도 눈길을 끌었다.

 2천명의 출연진이 한몸이 돼 만들어내는 군무와 합주는 매서운 추위를 녹이기에충분했다.

 이번 개회식 공연은 마지막 남은 분단국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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