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성공한 ‘제주 올레길’처럼 ‘평택섶길’도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평택이 주한미군기지, 삼성전자가 들어선 개발지역으로서만이 아니라 삶의 터전에 여유를 지닌 도시로서의 면모도 ‘평택 섶길’을 통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평택에는 평탄하고 소박하지만 터덜터덜 걷기 좋은 길, ‘섶길’이 있다. 평택의 역사와 애환이 서린 ‘평택섶길’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는 장순범 평택섶길추진위원장은 12일 ‘걷기 길’을 조성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유명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 등에 비해 덜 알려진 ‘평택섶길’은 더 다듬고 가꿔야 할 미완성 길”이라며 “민간차원에서 출발해 평택시와 문화원의 지원으로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7~8년을 갈고 닦았으나 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가 ‘평택섶길’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평택에는 가볼만한 곳이 없어 타 지역으로 나간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역토박이로서의 애향심이 발동했다. 뜻이 맞는 지역 인사들과 의기투합해 살기 좋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데 즉시 앞장섰다.

장 위원장은 “지인들과 발품을 팔아 평택의 가볼만한 곳을 알리는 작업을 하면서 반나절, 하루 코스 등의 걷기 일정을 짜며 자연스레 길을 잇게 됐다”며 “코스 대부분이 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둘레길’의 성격을 띄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2년 이렇게 시작된 일은 2014년 ‘평택섶길추진위원회’가 조직되면서 본격화돼 현재는 현장 실사를 거친 15개 코스가 탄생했다.

‘평택섶길’은 한복의 웃옷 깃에 달린 작은 조각이란 뜻을 갖고 있는 ‘섶’에서 따 온 이름으로 ‘평택을 둘러보는 작은 길’이라는 의미로 지어졌다.

섶길은 현재 ▶대추리길 ▶노을길 ▶비단길 ▶원효길 ▶소금뱃길 ▶신포길 ▶황구지길 ▶뿌리길 ▶숲길 ▶과수원길이 있다. 또 테마길로 ▶명상길 ▶원균길 ▶장서방네 노을길이 조성돼 있다.

향후 송탄 신장동 미군부대 일대 가칭 ‘다문화길’ 조성이 마무리되면, ‘평택섶길’은 총 200여km, 500리 길이로 연결된다.

장 위원장은 “길을 만드는 일은 그 길의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창작활동’과 마찬가지”라며 “지역에 대한 역사·문화·경제·사회적인 부분이 녹아든 ‘평택섶길’을 걷다 보면 평택의 다양한 모습이나 그 흔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제주 올레길’도 처음엔 제주도 사람들에게 ‘생활공간’일 뿐이었다. ‘평택섶길’ 또한 평택의 숨은 자원이지만 향후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장 위원장은 확신한다.

심재용기자/sj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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