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제헌 70주년이다. 지난 촛불시민혁명의 결실은 적폐청산과 헌법을 개정하는 개헌이다. 헌법 개정은 자연히 시대정신을 반영하는데, 우리나라 개헌은 접근 자체가 너무 어렵다. 독일은 1949년 이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Grundgesetz)을 60여 차례, 스위스는 1848년 이후 연방헌법을 150여 차례나 개정했었다. 최근 OECD 국가들의 헌법 개정은 평균 3∼4년에 1번꼴이다. 시대여건 변화에 따른 국민의 요구에 따라 수시로 개정된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제헌 70주년에 겨우 10차 개정을 앞두고 있고, 지난 제9차 개정 이후 약 30여년 만이다. 한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우리나라 헌법은 최고 규범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경성헌법(硬性憲法)의 특성을 가지지만 개정작업이 너무나 어렵고도 무겁다. 또한 그동안 우리나라 개헌 동기는 국민 요구의 필요성 보다 권력자들의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대부분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지난 촛불시민혁명의 진정한 의미를 살려 국민 요구가 잘 반영된 헌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각 정당 후보들은 이번 2018년 지방선거에 맞춘 개헌안 국민투표를 모두 공약했었다. 개헌의 필요성을 정당별로 인정한 셈이다. 그래서 작년부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6개 분과별로 총 136회 이상의 회의를 거처 그동안 많은 결실을 가졌다. 개정 헌법의 시안까지 완성했지만 당리당략으로 여전히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이 추진되자면 2월말까지 개헌안 합의가 이루어지고, 3월말까지는 발의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수년 동안 개헌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발의하고 의결하여 반드시 이번 2018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헌법을 개정하는 개헌은 크게 ‘권력구조 개편’, ‘국민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강화’ 등으로 그 내용을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주권주의 확립과 중앙에 집중화된 권력구조의 분산을 전제로 분권과 협치가 가능하도록 권력구조(정부형태)를 개편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기본권 확대’는 경제·사회적인 시대적 여건 변화에 맞추어 국민 기본권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아울러 ‘지방분권 강화’는 지난 20여년간의 지방자치 경험을 기초로 실질적인 지방자치와 분권을 구현하는 것이다. 개헌과 관련된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고, 시기는 ‘가급적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해야 한다’가 우세하였다. 또한 개헌 내용중 국민의 관심은 ‘권력구조 개편’ 못지않게 ‘국민기본권 강화’도 중요하게 도출되었다. 바람직한 ‘권력구조 개편’은 ‘4년 임기로 2번 연임 대통령 중임제’가 가장 높게 나왔지만, ‘국민기본권 확대’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들은 그리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이는 ‘국민기본권 확대’와 관련한 국민적 요구가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도 하지만 그동안 각 분야별 충분한 논의도 부족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시대가 많이 변화되었다.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기본권이 보장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기본권 확대’ 개정작업은 철저하게 국민과 소통하면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경제·사회 등 시대적 여건 변화에 맞추어 평등권, 생존권, 안전권, 정보기본권, 건강권 등 새로운 국민기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한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인간과 자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며, 국토와 자원의 이용에 있어 절제와 공유의 원칙을 도입하는 등 도시환경권 강화 및 생명체 존중을 위한 규정이 실효성 있게 보장되어야 한다. 아울러 포용적인 성장 측면에서 양극화와 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규정과, 국민참여를 보장하는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대폭 도입하여야 한다. 현재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가 마련한 개정시안(2008년 2월)은 이를 담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아직 각계각층 국민 요구 수준에는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국민기본권 확대’와 관련한 국민의 요구를 각 분야별로 수렴해 완성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최선을 다해 제10차 개헌을 추진하여야 한다. 미흡한 부분은 있다면 바로 제11차 후속 개헌 논의로 이어가면 된다. 이참에 우리나라 헌법개정 특성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개헌할 수 있는 연성헌법(軟性憲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 개헌은 반드시 추진하자. 그러자면 다시 촛불시민혁명과 같은 국민들의 개헌 열정이 필요하다.

이재준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더불어민주당 수원갑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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