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 여자 쇼트트랙 1천500m 금

▲ 17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전에서 한국의 최민정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확정짓고 있다. 연합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천500m를 제패한 최민정(20·성남시청)은 떡잎부터 남달랐다.

성남 출생의 최민정은 6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겨울방학 강습을 받으면서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다. 빙판을 시원하게 가르는 스케이트의 매력에 푹 빠졌고, 분당초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성장 속도는 누구보다 빨랐다. 일찌감치 전국대회에서 이름을 떨친 최민정은 성남 서현중 시절에도 동계체전 등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쓸어 담으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수줍음을 많이 탔지만 빙판 위에만 서면 눈빛이 달라졌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은 주변 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중3이던 2014년 1월 출전한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대표 선발전에서 고등학생 선배들을 제치고 4관왕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해 3월 터키에서 열린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천m와 계주에서 정상에 올라 종합 3위를 차지하며 세계무대에서도 통하는 실력임을 증명했다. ‘쇼트트랙 괴물’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그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신예 심석희(한체대)의 활약에 들떠 있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심석희보다 한 살 어린 최민정의 등장으로 다시 한 번 쾌재를 불렀다.

‘제2의 심석희’로 불린 최민정이 심석희와 어깨를 나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4~2015시즌 시니어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최민정은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에서도 잇따라 메달을 수확하며 차세대 주자로 입지를 다졌다. 서현고 2학년이던 2015년 3월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쟁쟁한 실력자들을 제치고 종합우승을 차지하더니 이듬해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올라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종합 6위로 주춤했지만 절치부심 끝에 2017~2018시즌 1차 월드컵에서 모든 종목을 싹쓸이하며 명실상부한 여자 대표팀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이어진 2~4차 월드컵에서도 활약을 이어갔고, 이번 시즌 총 4차례 월드컵에서 금메달 8개를 목에 걸며 500m와 1천m, 1천500m, 3천m계주까지 전 종목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아웃코스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로 치고나가는 플레이는 최민정의 주특기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신체조건(164cm 55kg)을 극복하기 위해 혹독한 체력훈련을 소화했다. 17일 1천500m 결승에서도 괴력의 막판 스퍼트가 빛을 발했다.

500m 실격의 아픔을 딛고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최민정은 “4년간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니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며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성적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는데, 마음을 비운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감정도 드러냈다. 최민정은 “엄마의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된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손편지를 써 주셨는데, 경기 전날이나 힘들 때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올림픽을 마친 뒤에는 “어머니가 원하는 곳으로 가족 여행을 가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유력한 다관왕 후보인 최민정은 남은 1천m와 3천m계주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한다.

장환순기자/jangh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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