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말, 이 칼럼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남북한 선수들이 손을 맞잡고 함께 입장”하며, 이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다시 찾아 왔으면 하는 희망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두 달 사이에 기적이 일어났다. 올해 1월1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을 민족의 경사로 표현하고 응당 도와야 한다고 밝히면서,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탔다. 이후 모두가 알다시피, 개막식에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와 함께 입장하며, 희망이 현실이 됐다. 또한 북한의 예술단과 응원단,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를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이 파견됐다. 무엇보다 이들이 오고간 경의선과 동해선 등 육로를 비롯해 바닷길, 하늘길 등 남북을 연결하는 모든 통로가 일시적이나마 복원됐다. 평창을 통해 그동안 꽉 막혔던 남북 사이에 물꼬가 트인 셈이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평창은 한반도의 평화를 이야기할 계기만 마련했을 뿐이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불러온 북핵문제는 여전히 잠복 중이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비롯해 지금까지 비핵화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이를 보면, 북한의 의도는 명확하다. 지난해 11월말,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듯,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대남 평화공세를 통해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공조를 이완시키고,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완화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미국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한 남북 해빙무드에도 여전히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문제에 대한 메시지는 이를 명확히 하고 있다. 대화를 우선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군사적 옵션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써서라도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당장은 군사적 옵션이 대화를 위한 압박 수단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볼 때, 결코 안이하게 간과할 수만은 없다.

결국 핵 보유 기정사실화를 통해 핵 폐기가 아닌 핵 군축협상을 추진하려는 북한의 의도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려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평행선이며, 충돌 중인 셈이다. 이에 따라 평창 이후가 문제다.

우리가 갈 길은 정해져 있다. 한반도에서 어떠한 무력충돌도 있어선 안 된다. 선택할 게 별로 없는 북한이야 한반도 긴장고조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실리를 추구할 수 있지만, 우린 어떻게든 평화를 지켜야만 한다. 한반도의 불안한 평화가 깨질 경우 그 비극적인 피해의 대부분은 고스란히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에게 평화는 사회·경제문제뿐만 아니라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때문에 극한으로 치닫는 북미간의 대립과 한반도 무력충돌의 위기를 막을 수만 있다면 우리 역시 어떠한 수단과 방법이든 모두 동원해야 할 처지이다. 한가롭게 ‘평양올림픽’ 타령이나 할 때가 아닌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진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이 명분을 갖고,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는 우리 정부의 창의적인 발상과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 게 6자회담이든, 남북정상회담이든, 북미협상이든 지금은 대화가 필요할 때다.

평창이 그동안 막혔던 남북간의 대화 통로를 복원할 계기를 마련했다면, 평창 이후에는 이걸 넘어서 평화체제 구축으로 한 걸음 더 전진하길 간절히 바래본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전쟁 걱정 없이,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살아갈 날을 다시 한 번 꿈꿔본다.

임종성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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