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관한 진실

크리스토퍼 쿠퍼│양문│256페이지



책이나 영화, TV 같은 현대 미디어는 우리를 영웅들의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한 사람의 위대한 정신이 자신을 가로막는 경제적ㆍ사회적 세력과 맞서 이를 영웅적으로 극복하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한테 현실적 고통을 잊게 하거나 삶의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고독한 천재로 알려진 테슬라의 경우도 그렇다.

한때 뉴턴과 동등한 과학의 거장으로 칭송받으며 수많은 발명을 했음에도 에디슨, 웨스팅하우스 등과 벌인 세기의 전류전쟁, 무선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J. P. 모건과의 갈등과 오해, 연이은 사업실패 등을 겪으며 결국 역사의 뒷전으로 밀려나 비둘기 한 마리 옆에서 불후하게 삶을 마감한 그의 이야기는 영웅 신화를 증폭시켰다.

그 열풍은 최근 인터넷에서 절정에 달하는데 그는 마법사, 조명의 신, 외계에서 온 과학자, 심지어 20세기를 발명한 사람 등으로 불릴 정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나친 열망은 오류를 되풀이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역사를 왜곡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역사나 발명은 천재 한 사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러한 해석은 혁신이 가진 복잡성을 감출 뿐 아니라 사회발전에 기여한 수많은 사람의 노력을 무시할 수도 있다.

이 책의 중요한 주제는 테슬라의 신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역사학자들이 특허 논쟁의 결과만 중시하고 그와 반대되는 분명한 증거는 간과한다는 것이다.

전기작가들은 객관적인 사실의 명확성보다는 뉘앙스에 초점을 맞추고, 테슬라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선한 의도와 달리 대부분 테슬라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의심스럽거나 진부한 미사여구를 나열할 뿐이다.

이들을 위해 이 책에서는 테슬라와 관련된 신화, 즉 교류는 테슬라가 발명한 것인지, 직류를 지키기 위해 에디슨이 테슬라를 방해했는지, 에디슨이 테슬라와의 노벨상 공동수상을 거부했는지,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이 전력 무선 송전 시스템 프로젝트를 파괴하는 공작을 했는지, J. P. 모건이 테슬라가 에너지를 전 세계에 무료로 공급하려는 계획을 무산시켰는지 등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테슬라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발명 과정과 과학적 성과, 동시대 혁신적인 수많은 과학자들의 발명들을 살펴보면서 ‘이러한 발전들 모두가 테슬라 한 사람의 공로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신화에 가려진 진실에 한 발짝 다가감으로써 오히려 테슬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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