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동안 기자로서 수많은 역사의 현장을 다녔다. 무엇보다 1989년 11월, 독일의 베를린 장벽 붕괴 현장 취재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베를린 장벽은 1961년에 세워진 뒤 1만 316일 동안이나 동과 서를 갈라 놓았다. 길이 155㎞, 높이 3.6m의 콘크리트 더미는 하나의 국민을 두개의 나라로 가른 거대한 마음의 장벽이었다.

1987년 6월 12일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베를린 장벽 앞에서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이 벽을 허무시오!”라고 촉구했고, 2년 뒤 실제로 허물어졌다. 흩어진 벽돌 위를 뛰어 넘고, 벽돌 하나 하나에 이름을 새기며, 환호하고 눈물을 흘리던 독일 국민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그곳에서 한반도의 분단은 언젠가는 극복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여리고성처럼 단단해 보였던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은 독일 국민의 염원과 정부의 동방정책이었다. 서독은 통일을 위해 동독의 실체를 인정하고, 접근을 통한 변화를 모색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러한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어 추진됐다. 유럽에서 동방정책을 ‘작은 발걸음’으로 표현한 이유이다.

김대중정부는 햇볕정책을 통해 작은 발걸음을 떼었다. 2000년 남북정상 회담이 이뤄졌고, 노무현정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민주정부 동안 6자회담은 북핵문제 해결 원칙과 방향을 담은 9.19 성명과 2.13 합의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전쟁 위기설’이 한반도와 세계를 휩쓸었을 정도로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 동안 평화정책은 사라지고 신냉전 체제가 자리했다.

60년이 넘는 불안한 정전 체제의 한반도 땅 위에 평화가 뿌리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일처럼 남북 정부의 소중한 합의들이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거나 깨져서는 안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평화의 토양은 일관된 정책과 인내 속에 비옥해지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가 절실한가.

평화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평화는 대한민국이 먹고 살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평화로 국민의 안전하고 윤택한 삶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무한한 기회와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평화이기 때문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북한의 광물자원 잠재가치는 3200조 원에 달한다. 남한의 광물자원 잠재가치가 북한의 약 6% 수준이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이 외국과 체결한 38건의 광물자원 개발 투자 계약 중 33건(87%)이 중국과의 계약이라고 한다. 북한의 광물을 남한이 개발한다면, 남북러 가스관 협력사업이 추진된다면,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평양과 북경을 지나 러시아와 유럽을 달린다면 …

이는 결코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현시켜야할 미래이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량국가로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번영의 기회를 ‘평화’에서 찾아야 한다.

비핵화·평화체제·남북공동번영이라는 역사적인 기회가 왔다. 문재인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열차의 운전대를 잡았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 시진핑 주석, 아베 총리까지 한반도 평화열차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나라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천금같은 평화의 기회는 우연히 온 것이 아니다. 평화열차를 출발시킨 건 국민이다. 촛불혁명과 정권교체를 통해 신냉전 체제를 폐기하고 평화를 불러왔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전세계에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반도 평화는 여야, 진보와 보수,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영원히 이땅을 지켜나갈 후손들의 문제이다. 절실히 필요한 것은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키는데 초당적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에게 무한한 기회를 갖게 하는 번영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평화가 ‘밥’이다!

박광온 국회의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