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여성 음주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체질적으로 술에 취약한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건강에 더욱 위험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1월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천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71%, 여성은 42%가 평소 술을 마신다고 응답했다. 특히 1994년부터 2017년까지 다섯 차례 조사에서 남성 음주율은 70% 내외로 비슷한 수치를 유지한 데 반해 여성 음주율은 같은 기간 18%에서 42%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중독 치료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최근 20년 간 남성의 음주는 비슷한 수치를 유지한 반면, 여성의 음주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여성 음주율 역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최근 2년 사이 여성의 연령대별 음주율 증가폭을 살펴보면 30대는 51%에서 62%로 11% 증가했고 40대는 32%에서 46%로 1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4% 수준의 증가폭을 보인 다른 연령대와 달리 매우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실제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절반 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을 해독할 수 있는 간의 크기가 작고 알코올 분해효소 역시 남성보다 적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에 비해 체지방이 많고 체내 수분이 적어 혈중 알코올 분해 속도 역시 느린데, 여성이 같은 양의 술에도 더 빨리 취하게 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술에 든 알코올은 각종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성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 여성은 대장암 선종 발생 확률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1.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또 다른 연구 역시 상습적인 여성 음주는 다른 원인 없이도 폐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까지 걸리는데 남성이 8~9년이 걸린다고 한다면 여성의 절반인 5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병의 진행도 빠르고 예후도 좋지 않다.

김 원장은 “아직도 일각에서는 여성의 음주 문제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여성의 경우 술 문제가 발생해도 방치되거나 은폐되는 등 치료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으므로 평소 건강한 음주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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