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행정처리 엉망
2년간 400여건 적발했지만 폐쇄조치 사례는 한건도 없어
성폭행 사건 행정처분 받고도 부당 인사이동 등 버젓이 운영
건물만 바꿔 재운영한 시설도

장애인단체들은 10년 넘게 장애인 시설에 대한 ‘탈시설’을 외치고 있다. 폭행, 폭언, 성폭력, 노동력갈취, 정부보조금 탈취, 탈세 등의 문제와 기능에 대한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서다.

2014년 UN장애인권위원회도 한국의 시설 실태에 우려를 표하며 ‘장애에 대한 인권적 모델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탈시설화 전략 개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100대 국정과제에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 항목을 포함시키며 장애인 인권 증진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경기도는 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채 오히려 시설을 쉽게 지을 수 있도록 ‘개인운영장애인 거주시설 법인전환 기준’을 완화하려다 지난해 장애인단체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더욱이 도가 장애인 지원사업에 지원하는 예산은 전국 꼴찌 수준이다. 이에 본보는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문제를 들여다보고, 탈시설 필요성과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인권유린 만연한 경기도 장애인 거주시설, 뒤처리도 ‘엉망’

경기도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최근 2년간 인권 유린, 횡령 등 400여 건의 적발사항이 발생했으나 이에 대한 처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경기도,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은 먹고, 자고, 씻고, 움직이는 등 기본적인 생리활동을 혼자서 영위할 수 없거나 도와줄 사람이 없는 장애인들이 평균 14년 이상 거주하는 대체사회적 공간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말 기준 312곳의 장애인 거주시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중 법인시설은 217곳, 개인시설은 85곳이다.

이들은 사회복지사업법 제42조에 따른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해 운영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반기와 하반기 각 1회 이상, 1년에 2번 이상 지도감독을 받게 돼있다.

지도감독에서 적발된 문제에 따라 시정조치, 경고, 행정처분 등의 처분사항이 내려지며 행정처분을 받은 이들은 폐쇄조치 등의 처분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2년간 도내 인권유린 등의 문제가 발생한 장애인거주시설 중실제 행정처분 상 폐쇄조치를 밟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6~2017년 2년간 도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는 454건의 시정조치, 경고, 행정처분 등의 적발사항이 발생했다.

이 중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29건에 달하지만 실제 시설을 폐쇄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2017년 성폭행 묵인, 거주인 금전 갈취 등으로 인권침해가 제기돼 행정처분을 받았던 주라쉼터는 지난 3월 사건 은폐의혹으로 2차 행정처분을 받고도 폐쇄절차는 커녕 부당 인사이동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복지법 제 62조에 따르면 강제폐쇄 조항은 해당 조항이 적용되는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시설의 폐쇄 뿐 아니라 시설의 개선, 사업의 정지, 시설장의 교체도 가능한 조치로 열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처분 받은 거주시설이 건물만 이동해 다시 운영하는 등 편법행위도 존재한다.

지난달 13일 자신이 운영하는 고물상에서 노동착취 등 임금착취를 일삼아 인권유린사태가 불거진 고양시 일산동구 A장애인 시설은 2009년 같은 범행으로 시설 폐쇄처분을 받았으나, 곧바로 인근에 시설을 만들어 운영하다 적발됐다.

김필순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강제 폐쇄절차를 밟지 않는 한 문제가 발생해도 시설용도 및 명칭을 변경한 뒤 시설운영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현장실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은주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위)은 “시설을 지도점검하고 평가해야 할 기준치인 지표 자체가 허술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며 “행정처분도 폐쇄조치를 명령할 만큼 강도 높지 않은 게 문제가 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민기자/tra@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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