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팔도감영 중 하나인 강원감영은 원주시 일산동 54-2(원일로 85)에 위치한다. 감영은 감사(監司)가 근무하는 영문(營門, 관청)이란 뜻이다. 감사는 종2품으로 관찰사라고도 부르는데 오늘날의 도지사와 같다. 조선은 전국을 경기·충청·전라·경상·강원·황해·함경·평안 8도로 나누고 각 도에 감영을 두었다. 경기도는 서대문 밖, 충청도 충주(선조 때 공주로 옮김), 전라도 전주, 경상도 상주(선조 때 대구로 옮김), 강원도 원주, 황해도 해주, 함경도 함흥(선조 때 영흥으로 옮김), 평안도는 평양에 있었다. 이들 감영의 감사를 ‘팔도감사’라고 해서 출세의 대명사로 여겼다.

원주는 남한강과 섬강을 경계로 경기도와 충청도가 접하고 있으며 강원도 내륙과 강릉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통일신라시대는 9주5소경의 하나인 북원경이 설치되었고, 고려 때는 원주목이 되었다. 조선은 태조 4년(1395) 지방행정구역을 정비하면서 강원도 감영을 원주목에 설치하였다. 강원도란 명칭은 강릉과 원주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이후 갑오개혁으로 지방제도가 개편되며 춘천으로 도청소재지가 이전할 때까지 500년 동안 강원도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감영 건물은 그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 마크로 웅장하게 지었다. 강원감영의 경우 40여동의 건물로 이루어졌는데 후원에는 연못을 조성하고 뱃놀이를 할 만큼 화려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감영 터가 원주군청으로 사용되면서 대부분 건물이 헐리고 포정루, 선화당, 내아 등 몇 개의 건물만 남게 되었다. 포정루(布政樓)는 감영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출입문이다. 위에는 누각이 있는데 정사를 펴는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선화당(宣化堂)은 감영의 본관 건물로 관찰사가 직무를 보던 곳이다. 임금의 덕을 선양하고 백성을 교화한다는 의미다.

이곳 선화당은 팔도 감영 중 유일하게 건물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이다. 풍수적으로 감영의 입지와 향을 따져보기에 좋은 장소다. 선화당 뒤편은 연못이다. 대개의 건물은 산과 맥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가 원칙이다. 그런데 이 건물은 물을 등지고 있는 것이다. 산맥은 물을 건널 수 없으므로 뒤에 물이 있으면 맥이 끊긴 자리로 본다. 그러나 지형을 살펴보면 맥은 측면으로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아 밖 서쪽 담장 길을 따라가 보면 성보약국 건물 앞 도로가 약간 볼록하다.

풍수에서는 ‘고일촌산(高一寸山) 저일촌수(低一寸水)’라 하여 조금만 높아도 산(맥), 조금만 낮아도 물로 본다. 일촌만 높아도 물은 양쪽으로 갈라져 흐르기 때문에 분수되는 지점이 맥이 된다. 성보약국 앞에서 선화당 측면이 보이는데 그쪽으로 맥이 이어진 것이다. 즉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맥의 끝자락 혈처에 선화당이 자리하고 있다. 맥 양쪽으로는 물이 흐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선화당 뒤쪽의 연못은 맨땅을 판 것이 아니라 본래 물길을 활용하여 조성한 것이다. 이 경우 서쪽의 맥을 등지고 동향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곳은 남향을 하였다. “자고로 제왕은 남면하고 통치하는 것인데 동쪽으로 향을 잡으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이 말은 정도전이 경복궁을 건설할 때 주산 문제로 무학과 논쟁하면서 했던 말이다. 결국 유학자인 정도전의 뜻대로 남향을 했고 이는 지방 관아 건물에도 영향을 미쳤다. 감사는 임금을 대신 하여 도내를 통치하기 때문에 감영도 남향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발복은 어떻게 나타날까? 무학은 정도전과 주산 논쟁해서 패한 후,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2백 후에 내 말을 생각하게 되리라” 하였다. 그래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일어났다는 주장도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풍수지리에서 양택의 발복은 건물의 터·향·모양·배치·인테리어 등으로 판단한다. 이중 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이 향이다. 터가 좋으면 설사 향이 부족하더라도 길함이 많다고 보는데 강원감영의 선화당이 그런 자리다. 강원감영은 지난 500년 동안 강원도의 중심지로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원주의 랜드 마크로 지역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형산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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