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모자를 쓴 아이들

김은상│멘토프레스│245페이지



‘가정의 달’을 맞아, 폭력과 가난을 이겨낸 한 가족의 이야기 ‘빨강모자를 쓴 아이들’이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이 책은 저자가 실제 겪었던 이야기로, 자신의 불우했던 가족사를 소설로 재구성했다.

그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하는 동안 어머니는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기억을 더듬는 일은 어머니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었고, 그 고통들의 일부가 글로 작성됐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실천했던 것은 참혹했던 한 인간의 삶을 재단하는 일이었다”며 “그나마 참혹의 최소화를 통해 폭력의 개연성을 지닐 수 있었는데 이것이 초기 기획했던 에세이에서 휴먼다큐 소설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첫 전개부터 극적이다. 프롤로그에서 ‘남편을 살해했습니다. 나는 살해를 잘못 발음해서 사랑을 말하는 실어증 환자처럼, 매일매일 나를 살해하며 살아왔습니다.’라고 밝혔다.

소설 속 ‘빨강 모자’는 주인공이 차마 꺼내고 싶지 않았던 봉인된 기억의 상징이다. 폭력과 가난에 시달렸던 어머니가 여섯 살배기 어린 아이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 사과의 의미로 사주었던 선물이며 자신에게는 한없이 부끄러운 아픈 기억이다.

이 글에서 ‘빨강 모자’는 상처, 죄의식, 구원 등을 상징하며 마지막까지 소설 전체를 이끄는 알레고리로 작용한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어머니가 존재하거나 부모의 학대를 못 이겨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폭력의 유전’에 대해 우려하며 말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마음에 간직해온 내밀한 목표가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처럼 되지 않는 것이었다. 폭력의 유전. 그것이 삶 속에서 느껴질 때 공포의 대상은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증오의 방향은 나를 향해 있었고 현재도 마찬가지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더 잘 극복할 자신감이 있다. 내가 강해져서가 아니라 나에게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문장이 있기 때문이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방황의 끝에서 들려온 어머니의 목소리. ‘사랑해라’ 이 문장이 주는 울림은 내 삶을 빛 한가운데로 인도했다.”

‘빨강 모자를 쓴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폭력과 가난에 노출된 한 가족이 어떻게 이를 딛고 회생해 가는가 보여주며 진정한 사랑과 용서, 구원이 무엇인지 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 모두 “어쩌면 나도, 어쩌면 당신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야 할 빨강 모자를 쓴 아이입니다.”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