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언덕의 길

콜레트 위다비│머스트비│32페이지



어느 날 갑자기 살던 고향을 떠나야 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허겁지겁 떠나야 한다면 말이다. 일곱 살 소녀 탈리아와 가족은 친구들에게 인사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난민이 돼 자신들의 나라인 아프리카 수단에서 급하게 떠나야만 했다.

난민은 인종, 종교, 정치 등을 이유로 한 박해나 자연 재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나라를 떠나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수단은 북쪽에 사는 이슬람교도들과 남쪽에 사는 아프리카 흑인들이 종교적, 인종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수십 년 동안 내전이 벌어진 땅이다.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했지만, 다르푸르 내전을 비롯해 여전히 분쟁이 끝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탈리아처럼 내전이 벌어지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으로 떠나야만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탈리아는 바다를 건너고 사막을 건너던 중 실수로 오빠 카말과 헤어지게 되는 슬픔을 맞닥뜨리게 되고, 동시에 여동생 아니사가 탄생하는 기쁨을 맛보는 파란만장한 일을 겪게 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간다. 오빠를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내전이나 난민은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라 느껴질지도 모른다. 전쟁과 같은 물리적 충돌도, 이리저리 떠도는 난민들도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내전으로 인해 탈출한 난민들이 바다를 건너다 보트가 뒤집혀 사망한 사건이나 어린 난민 아이 쿠르디가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처럼, 난민들에 대한 수많은 뉴스를 우리는 오늘도 듣고 있다. 나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한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런 잘못도 없이 생명을 잃는 이러한 일들은 우리를 한마음으로 슬퍼하고 안타깝게 한다. 바로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다.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와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미움을 바탕으로 한 전쟁이나 폭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구촌 전체의 문제인 난민 이야기를 사실적이고도 감동적으로 담아낸 그림책 ‘모래언덕의 길’을 통해 사랑하는 고향을 뒤로 하고 낯선 곳에서 발걸음을 내딛는 그들을 응원하며,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겨 볼 수 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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