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는 축제 선언한 인하대, 학생들 밖에서 몰래 들여와
근처 편의점·마트 문전성시

▲ 지난 15일 인하대 축제 첫날 운동장에 마련된 자리에서 학생들이 외부에서 사온 술을 마시고 있다. 강명빈기자

“이럴 거면 그냥 주점하는 게 낫지 않나요?”

지난 15일 밤 9시 인하대학교 후문.

후문 앞 편의점 계산대에는 술을 사려는 학생 수십여명이 줄지어 서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은 술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양손에 들고 축제가 한창인 운동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학교로 들어오는 횡단보도에는 30~40명이 저마다 비닐봉지를 들고 신호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인하대는 지난해 축제 때 무면허로 주류를 판매했다가 국세청으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이후 대학 축제 주점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교육부가 최근 전국 대학에 축제때 무면허 주류 판매 금지를 권고하면서 ‘비닐봉지족(族)’이라는 신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문지훈(24·불어불문학과)씨는 “예전에는 중고등 학생들이 축제 주점에서 신분증 검사를 안 한다는 이유로 몰래 들어와 술을 마셔서 문제가 많았는데, 지금은 술을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가기 때문에 신분증이 없는 10대들은 술 구매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축제분위기가 예전같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차츰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하대는 올해 축제부터 학사주점을 없애는 대신 운동장 한켠에 테이블 600개를 마련해 놓고 ‘술 없는 축제’를 선언했다.

그러나 학사주점만 없을 뿐 주류 외부 반입은 허용하면서 ‘눈 가리고 아웅식’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운동장 한켠에 학생회가 마련한 테이블에는 수백 여명이 학생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술을 먹고 있었다.

주변에는 먹거리를 살 수 있는 푸드트럭 5~6대가 줄지어 있었고, 학생들은 술이 떨어지면 근처 마트와 편의점에서 사오는 식으로 자리를 이어갔다.

유동호(22·철학과)씨는 “어차피 이렇게 사다가 먹을 거면 주점을 왜 없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축제 기간 주점에서 술 파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조금 과한 것 같다”며 “축제 기간 주점은 대학의 문화이자 낭만인데 그런 것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인하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지난해 무면허 술 판매로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번 축제는 위법 사항을 배제하고 학우들이 축제를 즐기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했다”며 “원래는 술 없는 축제로 기획했지만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고려해 술을 직접 사온다면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강정규·강명빈기자 jeongkyu9726@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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