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모델, 미국│제임스 위트먼│마티



1945년 파시즘과 나치즘을 상대로 싸워 승리한 미국은 지난 세기 내내 자유와 민주주의의 성지로 인식돼 왔다. 전 세계인이 기회의 땅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국경을 넘었고, 20세기만큼은 아닐지라도 미국은 여전히 자유의 상징이다. 나치 독일은 정반대다. 독재와 학살, 전쟁과 선동으로 점철된 절대 악으로 평가되는 나치즘에 연루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연히, 적어도 눈에 잘 보이는 사실만 놓고 보면 미국과 나치 독일은 적이었다.

예일대 법학 교수이자 저자인 제임스 위트먼은 조금 다른 풍경을 포착한다. 나치 독일과 미국은 적어도 1936년까지 서로에게 은근히 친밀감을 표해왔다. 우선, 나치는 미국의 강력한 뉴딜 정책에 호감을 보였다. 루스벨트 역시 2차 세계대전으로 치닫기 직전까지 히틀러를 저격하는 비난을 자제해왔다. 부강한 국가를 꿈꿨던 두 나라가 서로의 지도자와 경제 정책을 두고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받았다.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인 줄로 알았던 미국이 실은 나치 독일에 실제적인 모델과 영감을 제공했고, 유감스럽게도 그런 현상은 지금도 일정 부분 되풀이되고 있다. 값 1만5천 원.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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