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가면 의외의 장소에서 ‘서울미래유산’이라는 안내판을 단 장소들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민들도 많이 이용하고 필자가 근무하는 광명시청과 가까운 곳에 있는 구로디지털단지역이나 수출의 다리도 그 중에 하나이다. 문화재에 대해 좀 안다는 이들도 근대 문화재를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록문화재는 들어봤어도 미래유산에 대해서는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서울미래유산은 서울시민들이 공유하거나 공유할만한 가치를 지닌 집단기억 또는 감정의 대상이면 무엇이나 소정의 절차를 통해 서울시가 지정하고 있다. 그건 건축물일 수도 있고 문학작품일 수도, 음악일수도 있다. 위에 예를 든 1980년대 설치된 서울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이나 1970년대 건설된 수출의 다리 역시 서울의 산업화 과정에 시민들의 집단 기억속에 다양한 흔적을 가진 곳이기에 선정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부터 2차에 걸친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2013년부터 꾸준히 미래유산 선정 작업을 추진하여 현재 5개분야 451개의 미래유산을 선정하였다. 서울미래유산의 특징은 지금도 시민들의 기억을 담으면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래유산은 법적인 테두리속에서 수동적인 보호를 받는 문화재를 넘어 시민들속에 살아 있는 것까지 범위를 넓힘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올해는 경기 정명 천년의 해이다. 경기도는 수도 서울을 둘러싸고 있지만 서울의 흐름에 따라 부침을 많이 겪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다가오는 천년은 지난 천년과는 다른 역사를 써내려가겠다는 뜻으로 슬로건도 ‘경기 천년, 대한민국을 품다’로 정하고 기념을 하는 것으로 안다. 서울의 배후지역이 아닌 한국의 중심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지나간 천년을 회고하는것도 중요하지만 다가오는 천년을 준비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경기도가 품고 있는 대부분의 지자체는 지난 천년동안 보지 못했던 성장을 지난 40여년에 걸쳐 압축하며 시로 승격하였다. 각 지역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그 속에 사람들도, 풍경도 변하고 있다. 이제 다가오는 천년을 준비하며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역 시민들이 경기도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지는 것일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도 먼 과거의 문화유산을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주는 것과 더불어 동시대인으로 공유의 기억을 담고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미래유산으로 선정하여 소중하게 가꾸어 나갔으면 한다. 미래유산을 지정 논의중에 공유하는 기억의 확인과 정체성에 대한 관심은 지역 사회에 또다른 성숙의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경기도는 남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농촌과 도시 지역이 공존하고 각 지자체의 크기도 다양하여 서울처럼 일괄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서울의 성과를 면밀히 살펴보고 경기도형 미래유산 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할것이다

필자가 살고있는 광명지역에도 시민들이 미래유산으로 가슴에 담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은 초라하고 낡은 곳이지만 우리의 추억이 담긴 곳일수도 있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했지만 새로운 세대들이 힘차게 살을 꾸려가고 있는 거리일 수도 있다. 더듬어보면 광명시에서도 지난 2000년대 중반 서면초등학교 등 몇 곳을 기념하는 표석비를 세웠던 적이 있었으나 관 주도하에 선정하여 설치하여 미래유산이 전제해야할 시민들과 기억을 공유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이제라도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우리 지역의 미래유산으로는 무엇이 기억속에 있는지 알아보고 기억의 공유방안을 여기에서부터 만들어봐야겠다. 역사는 우리랑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양철원 광명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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