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유럽 등의 강대국들은 우주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이에 우주개발과 우주산업은 선진국들의 전유물같이 느껴지고 있다.

우주산업은 외국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사실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과거 우주 강국들의 국가 주도 우주개발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에도 우주산업에 도전장을 내민 젊은이가 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박재필(31) 대표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국내 내로라하는 대학원에서 우주산업에 대해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들이 초소형 위성을 상업적으로 개발해보고 싶다는 뜻을 모아 창업한 회사다.

취업보다는 창업의 길을 선택해 소형 위성 전문 회사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는 박 대표를 통해 초소형 위성의 연구·개발의 중요성과 우리나라 우주산업 발전의 방향에 대해 들어본다.


-우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이야기해 달라.

“초등학생 시절 우주와 관련된 책을 보게 됐고 TV에서 아폴로 13호를 본 기억이 있는데, 우주선 안에서 무중력 상태로 떠다니는 것을 보고 너무 신기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 간절한 소망이 생겼습니다. ‘우주에 가고 싶다’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별에 관심 가지면서 관측을 하는 게 좋았고 위성을 날려 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천문학자나 우주비행사가 장래희망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장래희망이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네요. 초·중·고등학교는 전남 광주에서 다녔고,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전남대에서 운영하는 지구과학영재반에서 꿈을 키웠습니다. 현재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우주를 탐구하겠다는 꿈에 더 다가가고 있습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를 만들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초소형 위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천문우주학과 시험(과목) 중에 우주동력학이 있는데, 그 수업에서 초소형 위성을, 우주시스템 과목에서 이론을 배웠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적접 초소형 위성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관심이 생겼습니다. 해외의 대학에서는 학과에서 초소형 위성을 만들고 있더라고요. 그때가 2010년에서 2011년쯤이었던 것 같은데요. 당시 우리나라는 초소형 위성을 만들기 전이었거나 1곳 정도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국 사례를 찾아보던 중 마침 201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큐브위성 경연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1기로 참여하게 됐는데, 이때 모였던 각 대학의 젊은 과학자들이 모여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를 창업하게 된 것입니다. 각 대학교 소속 연구원 중 국내 우주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초소형 위성을 더 상업적으로 개발해보고 싶은 사람들끼리 뜻을 모으게 된 것이죠. 초기에는 3명으로 출발, 현재는 연세대, 항공대, 경희대 등 소속 연구원 8명이 힘을 뭉치고 있습니다. 취업보다 창업의 길을 선택한 친구들이 모여 한국의 대표적인 소형 위성 전문 회사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NASA에 근무하고 계시는 교수님을 통해 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기술을 검증하는 임무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나라스페이스의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위성 기술 개발과 지구 관측 서비스, 초소형 위성 관련 교육 컨설팅입니다. 위성 기술 개발은 한 변이 10㎝, 무게가 1㎏ 정도에 불과한 초소형 위성은 원래 인공위성의 설계 과정을 보여주는 모형으로 개발돼 교육용으로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여기에 초소형 칩들을 추가해 사진 촬영, 통신 등 단독으로 여러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초소형 위성을 이루는 각 부품과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대학과 연구소 등으로 납품하는 것은 물론, 위성 개발을 위한 방사능 환경, 열 진공, 진동, 장거리 통신 테스트 등 여러 실험을 진행하거나 지원하는 것도 주요 사업 중 하나 입니다. 지구 관측 서비스는 수십 대의 초소형 위성을 우주로 띄워 위성망을 이룬 후 이를 이용해 지구를 관측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이 서비스는 특정 지역을 준 실시간 단위로 관측할 수 있어 해양 사고나 산불 같은 재난 재해 등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초소형 위성은 중대형 위성 1대를 만드는 가격으로 수십, 수백 대를 만들 수 있어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우주에서 몇 대쯤 고장 나도 나머지 위성들이 계속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운영에 부담이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일반 위성이 하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에 초소형 위성이 많이 쓰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초소형 위성 관련 교육 컨설팅은 초소형 위성은 정부 지원 과제로 앞으로 전도 유명한 사업이나 아직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분야라 위성이나 국내 우주 관련 사업, 공학 기술을 소개하고 알릴 수 있는 박람회나 학회, 강연회 등에 많이 찾아가려고 노력합니다. 향후 초소형 위성 제작과 교육 컨설팅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사업모델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초소형 인공위성의 장점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초소형 인공위성은 지구 관측이라던가 우주 검증 등을 실시하는데요. 큰 위성이 못하는 것은 작은 위성으로 위성망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한눈에 지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지진을 위성으로 예상해 예방을 하는 등 각종 자연재해를 예측할 수 있고 다른 별을 관측하는 등 과학 임무에도 크게 기여하게 됩니다. 위성은 1kg당 1억 원이라고 보면 됩니다. 선택의 문제인데요. 개발 자원이 1천억 원이 있으면 1천kg짜리 위성 하나를 띄우느냐, 1kg 1천 개를 띄우느냐입니다. 1천 kg 짜리 1개는 정밀성이 뛰어납니다. 반면 한 곳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고, 1kg짜리 위성 1천 개를 띄우게 된다면 넓은 지역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있지만 정밀성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여러 대의 위성을 띄우는 것을 선호하고 있고 민간 차원에서도 1개 위성에 집중 투자보다, 여러 대의 위성을 띄우고 있습니다. 옆 나라 일본의 경우에는 20년 전부터 기업들이 위성을 만들고 있으며 대학 연구실에서도 정밀한 위성을 띄우는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약 15년 정도가 빠르기 때문에 부지런히 따라가야 합니다.”

-우리나라 우주산업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한다면.

“해외의 경우 1970~1980년 대부터 해왔다고 보면 됩니다. 전쟁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효과적인 공격으로 미사일을 만들어 쏘는데, 이는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기반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우주산업에 눈을 돌린 것은 20년 정도 됐다고 생각됩니다. 짧은 기간에 비해서는 잘 해오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대부분 해외의 경우 처음에는 정부의 주도로 먼저 시작하고 다음에 민간에서도 우주산업에 뛰어듭니다. 이 우주산업은 멀리 내다보고 진행을 해야 하는 사업이다 보니 실패가 있어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지는 것이죠.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경제적인 측면을 생각하다 보니,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우주산업의 진도가 늦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또 인공위성 하나를 띄우게 되면 다음 후속이 있어야 하는데 바로 이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우주산업이 발달하게 된다면 일자리 창출이나 고용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NASA의 임무수행을 위해 올 1월 인도의 발사장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인도라고 하면 우리나라보다 못 산다고들 생각하시는데요. 발사장을 도착해서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 웅장함에 ‘과학에는 아낌없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구나’하며 부러워했는데요. 그날 인도도 위성을 쏴 올렸는데, 인도에서 높으신 분들이 모두 오셔서 축하를 해주더라고요. 왜 그런가 했더니 그 위성이 인도의 100번째 위성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한참 멀었구나’라고 생각했지요. 제가 최근에 우주산업진흥위원회에 멤버로 들어갔습니다. 우주개발 생태계를 중요하게 이야기하는데요. 정부와 기업들이 위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연구소에 지속적인 투자와 로드맵을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산업체에서는 기술을 연구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은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외국의 성공사례를 축소 적용하거나 핵심적인 부품은 수입해 그대로 사용하는 이른바 ‘한국형’ 우주 개발을 적용해야 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산업적으로 지속 가능한 기반 혹은 생태계를 만들기 힘듭니다. 때문에 우주개발의 성과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성장 효과나 직접적인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위성을 연구하는 데는 투자시간이 많이 들어가는데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그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만큼, 우주산업 육성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는데, 꾸준히 연구를 할 수 있게 지속 가능한 지원을 당부드립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우주산업도 발을 떼기 시작했는데요.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발전에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많은 땀을 흘릴 것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우리만의 위성망을 구축해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업으로 키워 나가겠습니다.”

김동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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