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기라는 이름을 가진지 천년이 된 해다. 2018년에 처음 경기제도가 만들어지면서 현재의 경기지역은 한반도 중심부에 설정돼 우리 역사발전의 중추가 됐던 곳이다. 우리나라 역사는 곧 경기도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할 만큼 경기도는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의 핵심이었다. 경기천년은 이제 단순히 경기도가 천년이 됐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미래 천년을 경기도가 이끌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준혁(50) 한신대 교수를 통해 경기도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서울을 품고 있는 경기도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그 속의 도민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역사속 경기도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경기도는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해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다. 더불어 시대의 격변기마다 정치변동을 해결하는 주역의 터전이었다. 특히 경기도는 한강을 중심으로 고대국가가 수립됐고, 이후 삼국간의 통일국가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이와 같은 경기도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인물들의 탄생과 성장이 이어졌고 이를 통해 시대를 주도하는 사상이 태동됐다. 경기도는 국가의 중심지이기에 전국 각지의 인물들이 모여들어 지역의 특성들이 합쳐지면서 포용과 융합의 문화가 나타나고 소통이 자유로운 정체성을 지니게 됐다. 또한 역사속에서 외세의 침입시에도 경기지역 백성들의 헌신적 희생과 투쟁으로 국난을 극복했으며 일제강점에 대한 항거 역시 경기지역이 가장 활발했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기여했다.”



-경기를 잘 알아 볼 수 있는 지역이나 인물, 문화재 등이 있다면.

“경기지역은 우리 역사의 중심지였고, 그 중심지답게 시대를 이끌었다. 당연히 경기지역의 문화유산은 동시대 최고의 문화 산물일 수 밖에 없고, 이 문화 산물은 오늘날 우리 경기지역의 도민들에게 상당한 자부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경기지역의 대표적 인물인 황희는 성리학을 실학으로 인식하고 세종대 실용적 경세사상을 보여줬다. 그의 경세사상의 핵심이 ‘인권존중과 민본의식, 개혁을 통한 백성의 불편과 고통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음과 더불어 구체적인 경세 정책으로는 ‘기강 확립 방안, 치안과 국방강화책, 빈민구제책, 교육정책, 언론과 여론 중시’의 5가지 측면으로 나타났다.

황희와 같은 파주 지역 출신인 율곡 이이 역시 실학을 추구한 인물이었다. 율곡은 경세학을 추구한 인물로 실천이 수반되지 않으면 학문과 지식은 의미가 없다고 봤다. 학문은 실천적으로 현실에 적용돼야 그 존립 기반이 확보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처럼 이이는 성리학 전성기와 실학의 맹아기에 위치해 성리학을 하면서도 실학적 사유에 앞장섰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경기지역의 실학과 개방성을 주도한 인물은 성호(星湖) 이익(李瀷)이다. 성호는 퇴계를 사숙하고 이기론이나 예학 등에도 상당한 조예를 가졌지만 그의 학문적 관심은 사회제도의 개선에 있었다. 정약용은 실학의 완성자라고 불리울 정도로 경기지역의 대표적 실학자이다. 그는 일찍부터 성호를 사숙하면서 가학으로 토목학, 건축학, 상수학 등 다양한 학문을 익혔다. 이러한 학문적 기반이 그를 실학자로 성장시킬 수 있었고, 정조시대 한강의 주교(舟橋) 설치와 화성 설계 등 개혁추진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경기지역은 조선 유학의 기틀이 만들어진 곳이기에 그 사상의 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경기지역에서는 유교의 문화 산물이 대대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 역사 최고의 유교유산이 태동됐다. 포은 정몽주를 배향하는 용인의 충렬서원, 정암 조광조를 배향하는 용인의 심곡서원, 율곡 이이를 배향하는 파주의 자운서원, 오산의 궐리사는 조선 최고의 유교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경기지역의 최고 문화유산은 단연코 조선왕릉이다. 조선왕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된 최고의 문화유산이다. 600년간 지속돼 온 제례문화와 풍수적 가치를 두고 만든 왕릉의 조건 그리고 이를 기록한 의궤 등이 바로 조선왕릉이 우리 역사만이 아닌 세계역사에서도 인정받는 최고의 문화유산이 될 수 있었던 기반이다. 여기에 더해 정조시대 개혁의 상징인 수원 화성이 존재한다. 정조는 화성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만들려고 했다. 화성을 기반으로 추진했던 정조의 개혁을 우리는 근대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경기도가 천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는.

“이는 당연히 한반도의 중심에 있으면서 한강과 임진강 등의 큰 강을 이용한 교통로와 대로를 통한 교류가 이뤄진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더불어 개방성, 창조성, 혁신성, 실용성 등이 항상 존재했기 때문에 경기도가 천년만이 아니라 민족의 태동부터 오늘날까지 한반도의 중심인 것이다.”



-한양과 궁을 둘러싸고 있는 경기는 도민들의 희생과 피해가 컸다. 현재와 비교를 한다면.


“경기지역은 한반도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그 동안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중앙에 수도 서울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며, 경기도만의 독자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채 수도권이라는 이름아래 ‘주변’으로 인식돼 왔던 것이다. 특히 개발제한구역, 수도권 정비계획, 군사시설 보호구역, 상수원 대책지역 등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해 대부분 지역의 개발이 제한됨으로써 경기지역의 잠재력이 온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는 한양과 가까운 탓에 외세의 침입에 많은 희생이 뒤따랐다. 이로 인한 경기도민만의 특징이 있다면.

“경기도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외세 침입이 많이 존재했다. 하지만 경기도민의 자주성으로 인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데 가장 중심적 역할을 했다. 몽고 침입시 용인 처인성과 안성의 죽주 전투에서 승리해 위기를 극복했고, 임진왜란 당시 고양 덕양산에서 행주대첩으로 일본군으로부터 한양도성을 탈환했다. 임진왜란 당시만 자주성을 보인 것이 아니다. 병자호란 당시에 수원과 용인의 광교산에서 김준룡 장군의 승리가 있었다. 관군의 역할과 이 일대 백성들의 공동의 노력에 의한 결과였다. 마지막으로 일본에 의해 나라를 강탈당할 때 가장 격렬하게 항쟁한 곳이 바로 경기도였다. 이천수창의소를 중심으로 전국 13도 의병대가 조직됐고, 그 사령부가 바로 이천이었다.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의병이 조직돼 일본과 투쟁한 것이다.”



-전문가로서, 지난 천년간 경기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신다면.

“1608년에 우리 역사상 최고의 개혁이라고 이야기하는 대동법이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실시됐다. 그리고 1791년 모든 백성들이 자유롭게 상업행위를 할 수 있는 개혁인 신해통공이 경기도에서 성공해 전국으로 보급할 수 있었다. 이처럼 경기도는 오랜 역사속에서 위민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혁신의 터전이었다. 이러한 혁신의 정신과 실천을 새로운 경기천년에서 지속적으로 계승해야 할 것이다.”



-현재 경기도민들은 여느 지역보다 소속감이라든지 애향심이 부족한 것 같다. 이를 고취시키기 위한 방법은.

“도시의 급격한 인구증가로 토착민보다 외지에서 유입된 인구가 많아진 것도 경기지역의 문화적 정체성(正體性)을 찾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급속하게 발달한 도시문화는 소비지향적 또는 향락적으로 나타났으며, 농촌지역도 이농현상의 가속화로 피폐해졌다. 또 각종 매스컴의 발달로 도시문화가 급속히 파고들어 공동체적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여러 지역에서 이 같은 문제의 대안 마련을 위해 활발하게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이제는 자기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공동체적 삶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는 아시아 무역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 경기도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노력은.

“삼국시대 세계와의 교역 중심지가 오늘날 경기도 화성시의 당성(唐城)이었고, 고려시대에 전 세계 최고의 무역기지가 개성의 벽란도였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도 개성과 수원 그리고 안성은 국내 최고의 상업도시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경기도의 역사성과 실용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콘텐츠와 경제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경제활성화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세계인과 교류해야 한다. 세계의 주도권은 대서양에서 태평양 지역으로 옮겨오고 있어 21세기는 ‘태평양시대’가 될 것이다. 특히 한·중·일로 대표되는 동북아시아는 국제적 교류관계에 있어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에 있으며, 그 핵심역할을 담당할 곳이 바로 경기도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경기천년을 이어가기 위한 도와 각 시·군, 도민들의 노력은.

“경기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소통이었다. 각 지역마다의 정체성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교류하고, 이를 높이 평가해주면서 도시간의 교류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경기지역은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남북통일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한민족 역사의 중심무대일 수밖에 없어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 경기도의 정체성을 더욱 세밀하게 연구하고 보급하며, 이를 계승하는 문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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