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눈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정소담│행성B│232페이지



‘사회생활은 눈치가 반이다’는 말이 있듯이 눈치는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면서 사회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술로 여겨진다. 물론 그것이 지나치면 주장을 잘 펼치지 못하거나 나를 잃어버리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적당한 눈치는 인간관계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눈치를 챈다’는 건 상대의 마음에 대해 그만큼 신경 쓴다는 의미, ‘눈치를 본다’는 건 상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애를 쓴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눈치론’을 밝히고 있다. 즉 ‘당신에게 눈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는 달리 말하면, 주로 인간관계에서 배려가 부족하거나 민폐를 끼치는 등의 무례한 이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업무 관계에 놓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때로 이를 망각하고 함부로 선을 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고의로 선을 넘고 그 관계를 흩뜨려놓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가시를 숨긴 채 친절을 가장하거나, 친분을 가장하거나, 정을 가장해 상대에게 접근한다. 선을 넘은 그 사람이 상사이거나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 입장에선 당연히 부담을 느끼고 잔뜩 움츠릴 수밖에 없다. 친구 관계가 아닌데, 친구 관계에서나 물어야 할 호기심 어린 질문들은 고용인의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또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가령 함께 간 한정식 집에서 리필 안 되는 간장새우 혼자 다 먹는 사람, 선배 또는 직장 상사는 밥을 사는 게 당연하다 여기고 번번이 얻어먹기만 하는 사람, 함부로 상대를 평가하고 판단하고 자기 생각을 펼치는 ‘판관 포청천’ 유형의 사람, 그리고 상대 얘기는 제대로 듣지 않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자기 얘기만 실컷 떠드는 사람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언제부턴가 ‘착하다’고 소문난 사람들이 곱게만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회에서 착하고, 호의를 잘 베푸는 이들이 선한 얼굴로 사회 전반에 민폐를 끼칠 가능성이 강하게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월급이 제때 입금되지 않는 등의 부당함을 참고 넘어가주는 사람들의 너그러움은, 월급이 하루만 늦게 입금되어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타인의 성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당함에 대해서는 참지 말아야 한다. 부당함을 참는 것은 본인뿐만이 사회 전체의 피해로 돌아간다. 호저의 가시에 찔리지 않고 원활하게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눈치가 필요한 법이다. 세상을 읽을 줄 아는 현명하고도 영리한 눈치 말이다.

이 책에는 눈치와 관련한 63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63개비 성냥이 누군가의 눈치를 밝히고,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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