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고속철이라 불렸던 KTX가 그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지 않기 위해 꿈을 짓밟은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2006년 5월부터 해고 승무원들의 투쟁은 시작됐다. 아무도 이들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곤 예상 못했을 것이다. 파업 4년 만에 1심과 2심 법원은 해고 승무원들이 ‘철도공사 직원이며 복직할 때까지 월급을 지급하라’며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거의 다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은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 일어났고, 이 충격으로 한 승무원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이 문제가 전환점을 맞은 것은 이 판결에 대법원과 당시 청와대 사이에 뒷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코레일의 자세도 달라졌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취임하면서 해고 승무원들을 특별채용 형태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180명의 승무원들이 부당한 해고와 불공정한 판결에 의해 12년의 긴 시간 동안 고통을 겪어오고 투쟁해왔던 점을 비춰볼 때 당연한 귀결이다.
이번 합의로 해고 승무원들은 승무직 대신 일단 본사 정규직인 사무영업직으로 복직하게 되었다. 코레일의 제안대로 선복직 후전환 배치 방식으로 합의에 이른 것이다. 소송에 참여한 직원 180여 명 중 이런저런 사유를 감안하면 실제 복직신청을 하게 될 인원은 100여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코레일은 인력결원 상황 등을 고려해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한다고 밝혔다. 승무원들은 합의를 이루었지만 사법농단에 책임을 진 사람들에 대한 처벌과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계속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2년의 투쟁과 갈등이 합의와 화합으로 마무리되면서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 하나가 해결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