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덥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더워도 너무 덥다. 어느새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다가오니 이것으로 위안이 될까 싶지만, 지난달 초복 즈음 매스컴을 장식한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다시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진다.


포털 사이트에서 어린이집을 검색하면, ‘화곡동 어린이집 학대’ ‘오산 어린이집 학대’ ‘인천 어린이집 학대’ ‘청주 어린이집 학대’ 등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울 정도로 지역마다 각양각색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몇몇 건은 학대가 아닌 명백한 살인행위이다.

이 정도면 전국의 모든 보육교직원이 ‘잠재적 범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보육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영유아보육법과 아동복지법이 사회복지사업법에 사회복지사업의 일환으로 명시되어 있듯이, 보육은 ‘예방적 복지사업’이다. 보육교직원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닌 예방적 복지실천가로서, 그에 맞는 윤리적 실천과 긍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끊이지 않은 어린이집 학대 사건은 일부 보육교직원과 어린이집 운영자의 책임을 넘어 사회복지전문가들의 책임 있는 반성과 사과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필자 역시 사회복지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서 진정한 아동권리 보호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다음의 사항을 진지하게 고민하려 한다.

첫째, 아동학대는 신체적 학대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한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한 유기와 방임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아이에게 신체적 학대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정서적인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는 것 또한 어른들과 사회의 기본 역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보육교직원의 자격제도와 보수교육을 강화하고 그 전문성에 걸맞은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 종사자의 낮은 문턱과 낮은 처우는 결과적으로 서비스 대상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현재 태어난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출산율 장려에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도 현재 아이들을 건강하게 양육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보육교직원 상당수가 여성임을 고려할 때) 보육교직원도 선생님이기 전에 직업인 이고 누군가의 엄마일 것이다. 내 삶에 여유가 없고 스트레스가 많은데 내 서비스가 온전할 리 없다. 종사자에 대한 투자가 곧 서비스 대상자에 대한 투자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가족을 대신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정말 보육이 필요한 맞벌이나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복지확대의 초점이 그저 ‘무상’으로만 향해 있는 것은 아닐까. 복지정책 핵심은 ‘국가 무한 부담’이 아닌 ‘가족 공동체 회복’ 에 있으며 그간 시설 위주의 복지서비스를 공급하는 정책을 추진해 온 복지선진국들은 모두 가족 중심 정책으로 U턴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 아동을 성장시키는 데 꼭 필요한 훈육마저도 아동학대로 오인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이다. 특히 많은 수의 아동이 더불어 성장하는 어린이집이나 아동양육시설은 공동체 생활의 특성상 일반 가정보다 엄격한 훈육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아무리 애착이 전제된 훈육이라고 해도 다른 시선으로 보면 아동학대라는 인식을 피할 수 없다. 일반 가정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는 예외가 아니다. 몇 년 전 언론 기사에서는 아버지로부터 훈계를 받던 초등학생 아들이 아버지를 아동학대로 신고, 경찰이 긴급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경찰은 이날 사건이 아동학대가 아닌 훈육 차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입건 조치하지는 않았지만 ‘사랑의 매’를 사랑으로 느끼고 자란 부모 세대들의 충격은 컸다.

우리 모두는 아동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생애 시기적 특수성에 입각하여 특별한 보호를 할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반짝 이슈가 생겼을 때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평소에도 경각심을 가지기를 희망한다. 

조성철 한국사회복지공제회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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