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보도 이후 원가공개 검토… 대주주인 태영건설 직접 거론… 표준시장단가 적용 추가 공세
업계, 공개토론 '청문회 전락' 우려… 정치권 "의도의 순수성 의심"

▲ 이재명 지사가 9일 오후 반환예정 미군 공여지인 동두천 캠프 모빌 일원을 찾아 관계자들과 미군 공여지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건설업계를 정조준했다.

도지사 취임 첫 고강도 개혁 드라이브 대상으로 건설업계를 무대에 올리면서다.

이 지사는 자신의 관급공사 원가내역서 공개, 표준시장단가 적용 건의 등 도정 방침에 건설업계가 반발하자 ‘공개토론’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누가 옳은지 도민들의 판단에 맡겨보자’는 것이다.

쟁점의 공론화는 이재명 지사의 ‘필살기’다.

과거 성남시장 때부터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부딪힐 때마다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를 향한 이 지사의 선전포고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의외의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왜 건설업계인가?= 지난 6월 14일 경기도청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 차로 남경필 당시 경기지사를 누르고 당선되면서다. 지방선거 이후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공직사회 지각변동은 예고됐었지만, 이번 선거는 좀 달랐다. 16년만에 이뤄진 정권교체이자, 새로운 도백이 ‘이재명’이었기 때문이다.

7월 2일 공식 취임한 이 지사는 도 공직사회에 ‘기본’을 강조하며 변혁을 예고했다. 초창기 논란이 됐던 ‘공무원 명찰 패용’과 ‘중식 시간 엄수’가 대표적 사례다. 이후 이재명 지사는 감사관에 수십억대 입찰건을 쪼개기 한 사실이 감사에 적발됐던 경기관광공사에 대한 추가 법적조치 가능성 검토를 지시하며 내부 개혁 강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돌연 칼날의 방향은 건설업계로 돌아갔다. 지난달 29일 경기도가 도에서 발주하는 10억 원 이상 관급공사에 대한 원가내역서 일체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이재명 지사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누군가의 부당한 이익은 누군가의 부당한 손실”이라는 표현으로 건설업계를 ‘부당한 이익의 수혜자’로 정조준했다.

이 지사가 도에 원가내역서 공개 검토를 지시한 지난달 26일은 앞서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이재명 지사를 둘러싼 조폭 연루설 등 의혹을 보도한 시점인 21일 이후다.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는 태영건설이다. 태영건설은 경기도청 광교신청사 건설공사를 비롯해 상당한 양의 관급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실제 이 지사도 지난 3일 ‘그것이 알고싶다’ 보도 이후 SNS를 통해 “성남시장이 돼 처음 맞닥뜨린 게 3천400억 시청 부실공사… 도지사가 돼 도청 공사로 태영건설을 맞닥뜨렸으니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며 “뭐든지 공정하게, 투명하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태영건설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이후 이 지사는 100억 원 미만 관급공사 입찰 예정가격 산정시 표준시장단가 적용이라는 추가 공세까지 나서며 건설업계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공개토론 또는 공청회… 이면에 쏠리는 관심= 이처럼 건설업계에 칼을 빼든 이 지사가 자신이 직접 나서는 공개토론이라는 강수까지 두면서 해당 쟁점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추세다. 건설업계에서는 표준시장단가는 물론 현행 표준품셈에 대한 비현실성을 주장하며 중앙정부에 제도개선을 요청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지사가 거꾸로 표준시장단가의 일괄적용이라는 압박공세에 나서면서 업계와 건설협회 등은 고심에 빠졌다.

표면적으로는 공개토론이지만 사실상 공청회, 어쩌면 청문회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관급공사의 고질적 적폐가 기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들의 뿌리깊은 불신에 이재명 지사가 불을 붙일 경우 사태가 어디로 확산될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명 지사의 입장에서는 ‘관급공사 적폐청산’이라는 화두로 이슈화에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본인이 태영건설을 직접 거론하기도 한 상황에서 건설업계를 향해 빼든 칼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관급공사의 투명성 확보를 통한 예산절감이라는 명목을 골자로 건설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구축은 성공했다”면서도 “SBS의 보도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건설업계를 향한 공세가 시작된 점을 봤을 때, 의도의 순수성에 대해서는 의혹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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