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아주 오래된 참 좋은 인연이 있다.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게 삼십여 년 전 강릉에 있는 등명낙가사에서 만났다.

그때만 해도 사찰에서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을 전부 손으로 만들어 달았다.

농한기인 겨울에 보살님 십여 명이 연등 만드는 법을 배워 예쁘게 만들어 주었다.

그 사람 중에 다 큰 머슴애 하나가 있었다.

그 아이가 동희다. 덩치는 큰데 어째 하는 짓이 보통의 아이들하고 달라 보였다. 내년이면 나이가 쉰이란다.

세월이 흘러 세상도 변하고 산천초목도 다 변하였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은게 있다.

천진하고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동희의 마음이다. 그리고 나를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동희의 사랑도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언제 물어봐도 한결같은 대답이 있다. 이 세상에서 우리 스님이 제일이란다. 지가 안 좋아하면 누가 좋아하냐고 한다. 나는 동희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사는 행복한 사람이다.

동희는 항상 즐겁고 행복하다. 왜냐면 큰 욕심이 없기 때문이다.

동희는 강릉시 장애인 축구 주전이란다. 절에 오면 축구 얘기만 한다. 그것도 발로 몸으로 공을 차는 모습을 재현해 보여 준다. 유명축선수들의 이름, 가수 등 티브이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이름을 대부분 알고 있다.

현덕사에서는 일년에 큰 행사가 두번 있다.

동식물 천도제와 부처님 오신날이다. 이 때 동희의 진면목을 볼 수 가 있다. 자동차의 주차괸리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지시봉을 들고 목에는 호로라기를 차고 휙휙 불면서 차량 정리를 잘 한다.

동희는 세상에 모르는게 없지만 단 두가지를 모른다. 숫자와 글이다. 법당에서 예불 할 때면 예불문이나 반야심경 천수경을 곧장 따라 잘 한다.

글을 보고 하는게 아니고 듣고 외워 따라 하는 것이다. 30여년 전의 이야기를 지금도 가끔씩 하는게 있다.

연등을 다 만들고 강릉 시내에 회식을 하로 갔는데 누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동희를 치었다.

그 때 내가 자전거 탄 사람을 자기를 대신해 싸워 혼을 내 주었단다. 동희는 그게 그리도 좋았는지 지금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해 얘기를 한다.

사람의 도리도 알고 윤리 도덕 효도도 참 잘 하는 효자이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어머니를 끔찍히 위하는 정말 효자이다. 못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사람도 그런지 잘 난 아들딸 두고 동희가 시골의 바닷가에 작은 아파트를 사서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또래 아이들보다 나이가 많기도 하지만 자비심이 많은 아이라 거동이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손잡아 주고 부축해 주고 좋은 일을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희 어머니도 만약 동희가 없었다면 어느 자식도 거두어 주지 못했을거라 했다. 또 동희가 있어 몸이야 좀 불편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 여기고 산다.

그래서 팔순이 훨씬 지난 연세지만 얼굴이 얼마나 고운지 모른다. 맘이 편하고 기도를 많이 해서인지 온화한 모습에 자비스러운 모습이 가득하다. 몸은 불편해도 정신이 곧고 지혜로운 보살님이라 주위의 어려운 이들을 많이 도와 주신다.

몇일 전 절에서 천도제가 있어 참석 할려고 동희와 다녀 가셨다.

그리고 나와 함께 시간을 많이 가지기위해 일찍와서 찻방에서 정말 오랜만에 지나간 일들을 추억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불편한 당신의 몸을 처음에는 생각마다 원망하고 불평만 했는데 어느날 부터는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기로 했단다.

생각을 바꾸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이고 아름답게 보이더란다. 몸이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죽도록 일만 하고 있을거라 했다.

젊었을때 죽을만큼 일을 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 보다 여러곱절을 더 했다고 했다. 옛날에 오대산 산등성이에 헬리콥터 이 착륙장을 짓는데 그 많은 벽돌을 동희하고 둘이서 몇날 몇일 동안 둘이서 등짐으로 져서 날랐단다.

자식들 키우며 먹고 살려고 억척스럽게 했단다. 그랬으니 허리가 남아 나겠냐고 얘기를 했다. 나이 먹어서 편히 쉬라고 이렇게 된것이라 여기고 산단다. 이렇게 맘을 먹고 사니 너무너무 편하고 좋다고 하였다.

비록 글을 모르고 숫자는 모르지만 천성이 고와 남을 배려하고 도울려는 동희가 이 시대의 부처님이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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