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저소득층 취약가구를 위해 진행한 스마트 모금함사업이 불통 행정 끝에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은 현금 모금과 동시에 교통카드로도 기부가 가능하게 해 보다 편리한 기부 문화를 만들고자 한 것이지만 시청과 운영 업체의 소통 부재로 방치되다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17일 시에 따르면 광고대행업체 ‘애드포라이프’는 시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연계해 지난 2월 1일 시청 로비에 스마트 모금함을 설치했다.

기기 설치 당시 전국 최초의 스마트 모금방식으로 주목을 받았고 당시 시장이던 유정복 전 시장이 최초 모금자로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마트 모금함 사업은 일종의 시범 사업으로 본래 4월 말까지로 예정돼 있었다.

다만 기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의 취지를 감안해 현재까지 사업 종료가 미뤄지고 있었고 약 한 달 전 기기 철거가 결정됐다.

그러나 본지 조사 결과, 시에서는 철거를 5일 앞둔 지난 13일까지도 모금함의 철거 계획을 모르고 있었다.

기기를 운영한지 6개월이 넘었지만 진행 상황도 알지 못했다.

나아가 업체에서 추가로 진행하려던 향후 사업 계획이 취소된 줄도 모르는 등 모금함 사업 전반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시에서는 ‘다른 모금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그만큼 신경쓰지 못했다’며 ‘좋은 취지의 사업에 사실상 장소만 제공한 것”이라며 스마트 모금사업과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업체에서도 모금함 운영 기간 동안 월 10만 원 가량 들어가던 기기 운영비 등을 전혀 지원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기기는 17일을 기점으로 시청에서 완전히 철수된 상태다.

업체는 시청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씨제이 씨지브이 (CJ CGV)와 새롭게 모금 사업 계약을 맺어 올 하반기 즈음 다른 곳에 모금함을 설치할 계획이다.

기기를 철거하던 당일 결산된 모금 금액은 총 35만5천880원으로, 이 가운데 카드 기부가 약 78% (27만 7천원)에 달했다.

그간 기기 운영비가 약 60만 원에 달하는데다 기부 수익 외에 업체 수익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손해가 난 셈이다.

모금회 관계자는 “스마트 모금함은 분명 좋은 시도였지만 아직까지 카드 기부에 익숙하지 않은 지금의 실정을 감안할 때 다소 빨랐던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도 “이번 사업을 토대로 새로운 모델을 개발 중"이라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홍보에 더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조윤진기자/koala062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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