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실험대에 놓인 경기도정 ②끝없는 예산탐욕

▲ 왼쪽부터)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박승원(광명3) 대표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기열 도의회의장, 최호(평택1)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9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기 민생연정 협상단 1차 모임'에 참석해 양당에서 작성한 제2기 연정계약서(안)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의회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기 연정 계약서에 특별조정교부금(특교금)중 6할을 자신들이 추천하는 야당부지사에게 넘겨달라는 조건을 포함시켰다.

특교금은 일선 시·군이 걷어들인 지방세(도세+시·군세)로 조성되는 조정교부금에서 10%를 떼어내 시·도지사가 ‘백지수표’ 상태로 보관하면서 시·군간 재정불균형을 맞추거나 시급한 재정수요가 발생한 시·군에 배분해주는 예비비 성격의 예산이다.

경기도의 경우 특교금 규모는 연간 3천억 원 안팎인데, 도의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2천억 원 가량의 예산을 주무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일선 시·군에서는 ‘도의원발(發) 예산통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전문가들도 ‘지역구 나눠먹기’에 쓰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21일 “도의회 더민주 측이 2기 연정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과제중에 특별조정교부금 60%의 집행권한을 야당부지사에게 넘겨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 “연간 1천800억 원 가량을 도의회 더민주 몫으로 나눠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의회 의석 비율(더민주 58%, 새누리 42%)만큼 특별조정교부금을 분할해야 한다는 것이 더민주 측이 내세우는 논리”라면서 “특별조정교부금은 시·군 간 재정격차를 줄여주기 위해 사용되는 예산인데, 특정 정당이 가져가거나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난색을 표했다.

도의회 더민주는 야당부지사(민생연정부지사)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견제장치라고 설명했다.

박승원(광명3) 대표의원은 “예산, 인사 등 아무런 권한이 없어서 무늬만 부지사였던 민생연정부지사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배분을 요청한 것”이라면서 “도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는 적극적으로 막을 예정이며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책으로만 사용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올해 특교금 규모는 2천993억 원이다.

특교금 배분은 시·도지사의 고유권한이다. 시장·군수가 신청하면 시·도지사는 시급성 등을 따져서 시·군에 배분한다.

특교금은 ▶시·군간 재정 격차 조절 ▶시·군 추진 지역개발사업 ▶예상치 못한 재난재해로 발생하는 긴급 재정수요 ▶시·군 재원으로만 충당하기 어려운 사업 등에 쓰여진다.

도의회 더민주가 남경필 경기지사의 ‘도정자금’이나 다름없는 예산 집행권한 배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특교금이 사용처가 없는 ‘백지수표’ 상태로 금고에 보관해 놓았다가 배분해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 한 관계자는 “자율편성예산은 부도 위험성이 높은 ‘어음’, 특별조정교부금은 부도위험이 전혀없는 ‘백지수표’로 보면 된다”면서 “지난해 자율편성예산으로 900억 원의 예산 편성권한을 넘겨받아 지역구에 배분했지만,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각종 잡음만 생기자 연정예산 대신 특교금으로 눈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도의회 더민주는 연정계약서에 자율편성예산을 제외시킨 반면, 새누리당은 특교금 대신 계속해서 자율편성예산을 배분해달라고 요구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수용하기 힘든 무리한 요구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복수의 고위 관계자들은 “도의원들은 특별조정교부금을 ‘눈 먼 예산’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도의원들이 공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1인당 연간 평균 5억 원 이상 배정해주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고 공공연한 비밀인데, 더민주의 요구는 곳간 열쇠를 넘겨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일선 시·군은 황당한 발상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더민주 소속 도의원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기북부지역 시·군들의 반대 분위기는 강경했다.

포천시 관계자는 “(특별조정교부금 배정 권한이 야당부지사에게 넘어가면) 도의원에게 예산을 요청을 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정당이 예산 배분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평군 관계자도 “특별조정교부금은 31개 시·군에 고르게 사용되는 예산인데, 특정 정당이 사용한다고 하면 제대로 된 배분이 이루어질지 의문”이라면서 “도의원들의 지역구 생색내기 쌈짓돈으로 쓰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시·군이 잠시 경기도에 보관해 놓는 예산인데,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해서는 안된다”면서 “시장·군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에 예산에 사용돼야 하는데 정당이 개입하면 불필요한 곳에 억지로 예산이 투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한결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별조정교부금은 도정을 실현하면서 31개 시·군의 균형발전을 위해 사용되는 예산”이라면서 “연정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의 이해관계가 지역간 이해관계로 확산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잘못되면 나눠먹기 식이 될 수 있다. 떡 값 주듯이 넣고 빼게 되면 모양새가 사나워진다”면서 “더민주가 받아간 특별조정교부금이 각 지역별로 나눠지는 형태, 즉 31개 시·군의 이른바 통치자금으로 사용된다면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임곤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별조정교부금은 도지사의 고유권한인데 아무리 연정이지만 좋아보이지 않는다”면서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서 편성권은 도지사가 갖고,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의회의 몫으로 두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별조정교부금이 덜 투명하게 쓰여졌다면 연정차원에서 한번 제대로 들여다 보고 투명하게 쓴겠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 도지사 마음대로 해왔으니 이제는 그 부분을 나누가지자라고 얘기하는 것은 연정취지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연정 배재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지역주민들의 합의를 통해 필요한 사업에 어떻게 배분을 할 것인가 거기에 도의원들이 경청을 해야지 예산의 분배자 역할은 안된다”면서 “특정정당에서 자기네들 사업에 쓰겠다면 어떻게 견제하겠다는 것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복진·김현우기자/bo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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