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의 질(質)을 따지는 소비자를 위한 고품질 낱개 포장 상품과 양(量)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위한 다국적 상품이 등장하는 등 ‘양보다 질’이었던 ‘명절 선물의 법칙’이 깨진 것이다.
이른바 ‘5만 원의 딜레마’가 낳은 현상인데, 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인 이번 설 연휴를 계기로 생산자를 울리고, 소비자를 비웃는 김영란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부일보가 4일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을 대상으로 김영란법이 설 명절 상품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 결과, 생산자와 소비자 양쪽 모두 ‘선물고문’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상품이 한우세트다.
이 백화점에서 지난해 명절 선물로 가장 많이 판매된 정육상품은 40만 원짜리 한우세트(등심1.0kg, 채끝0.5kg, 등심불고기0.7kg)였다.
이번 설에도 20만~40만 원대 상품이 판매되지만, 대체상품인 5만원 짜리 양념소불고기 콜라보세트(양념소불고기 700g, 새송이버섯 300g)와 4만9천900원짜리 호주산 정육세트(국거리 0.6kg·불고기 0.7kg)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수원에 사는 주부 이모(40)씨는 “공무원인 시아주버니에게 매년 20만 원대의 한우세트를 선물했는데 대체상품이 너무 부실해서 선물용으로는 적합치 않은 것 같다”면서 “명절때마다 선물고문을 당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한우세트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굴비, 과일, 수삼세트도 마찬가지다.
영광굴비세트의 경우 15만 원짜리 상품(上品)을 5만 원으로 맞추려다보니 마릿수는 10마리에서 14마리로 늘렸지만, 육안으로는 굴비인지 조기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하품(下品)으로 채워졌다.
수삼세트는 12만 원짜리 10뿌리(700g) 대체상품으로 5만 원짜리 4뿌리(250g)가 출시됐고, 과일세트는 사과 6개+배 6개(10만 원)에서 사과 3개+배 3개(5만 원)으로 구조조정됐다.
이 백화점이 내놓은 설 명절 선물세트는 모두 650종인데, ‘김영란세트’는 절반을 차지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명절때보다 5만 원 이하 상품 비중을 15% 늘렸다”면서 “김영란법 선물 한도에 맞춰 상품 구색을 맞추긴 했지만 구매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장태영·안원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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