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변호사가 간다 (5)이명근 변호사

▲ 29일 오전 용인시 기흥구 법률사무소 민담에서 이명근 변호사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조태형기자
수원지검과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가 함께 추진·시행 중인 ‘마을변호사제도’가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중부일보는 주민들의 이해를 돕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수원지검 관할 지역 내 마을변호사들의 활약상 등을 소개한다.



▶아직도 잘 모르는 주민들 많아

이명근(34.변호사시험 4기) 변호사는 올 2월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에서 문을 연 ‘법률사무소 민담’ 대표 변호사이다. ‘백성들의 이야기를 담자’는 뜻의 민담(民談)에 대해 이 변호사는 “상담이 필요하신 분이라면 누구든지 편안하게 찾아오셔서 상담을 하셨으면 좋겠다. 일반 대중들의 이야기를 담도록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민담’은 평소 수도권과 지방 출장으로 일정이 바쁜 와중에도 이 변호사가 부족한 시간을 내어 2개월~4개월에 1차례 현장을 찾아가는 마을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취지와도 같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에 올 5월 화성시 남양읍 마을변호사로 신청한 데 이어 6~7월 용인시 원삼면과 포곡읍 마을변호사로도 신청해 현재 3곳 마을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이 변호사는 “아무래도 농촌지역이거나 도.농복합지역이라서 상담하러 찾아오시는 분들도 젊어야 50대 주민”이라며 “그동안 마음 속에 담아뒀던 이웃, 지인들과 빚은 갈등, 고충을 상담할 때 쏟아내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마을변호사 제도 취지는 좋다면서도 아직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읍.면사무소에 홍보물이 붙어 있지만 읍.면사무소를 찾을 일이 있는 주민들만 볼 수 있어 전파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변호사가 담당 중인 3개 지역만 해도 화성 남양읍과 용인 원삼면은 상담수요가 꾸준히 있는 반면, 용인 포곡읍의 경우 아직까지 상담수요가 없어서 한 번도 상담 출장을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차이가 있다.

이 변호사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의에서도 농촌지역 집집마다 전해지는 마을소식지에 마을변호사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는 문구 한 줄만 넣는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고 밝혔다.



▶연고 없는 용인에 정착, 하고 싶은 다양한 분야 상담이 계기

서울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이 변호사는 수원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게 됐다. 변호사시험 합격 후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에서 의무연수를 마친 뒤 수원에 있는 개인 변호사 사무소에서 고용 변호사로 근무를 했었다. 이런 계기로 인근 용인지역에 개인 사무실을 마련한 것이다. 사무실이 있는 기흥구 영덕동은 주소만 용인시였지 영통 옆동네로 통하는 수원 생활권이다.

수원지방법원과 자동차로 넉넉히 15분 거리에 위치한 사무실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와 상가가 자리잡고 있는 전형적인 주택가이다.

손해배상과 부동산 관련, 집합건물(공동주택, 상가 건물 등) 분쟁을 비롯한 민사사건은 물론 이혼 소송 등 가사사건에 형사사건까지 취급하고 있다.

아직은 사무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한 번 찾은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고 찾는 의뢰인들이 많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오시는 의뢰인들도 있다고 한다.

이같은 이 변호사가 마을변호사 활동에 뛰어든 계기는 독립하기 전 느꼈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업을 하면서 그 전에 고용 변호사로 일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분야’는 할 수 없었고 오로지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이 답답했다. 마을 주민들은 읍.면사무소를 찾아와서 그동안 혼자 끙끙 앓고 있던 점을 말 한 마디만으로 마을변호사를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고, 마을변호사는 주민들의 다양한 분야의 고민거리를 토대로 매끄럽게 상담할 수 있는 요령을 익힐 수 있는 것이 마을변호사 제도의 장점이다. 고령의 상담자의 경우 두서없이 하고 싶은 말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상담시간이 지연되기 일쑤다. 이런 경우 불필요한 부분은 대화 중이라고 양해를 구하고 끊은 뒤 다음 내용으로 진행하는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담을 받은 분들의 입소문을 통한 홍보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상담 사례

#1. 유해물질 배출 공장과 주민들과의 갈등 = 지난 7월께 상담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히 현장으로 달려간 적이 있었다. 누에 농사를 하고 있는 상담자 A씨는 누에가 모두 죽어 있었고, A씨를 비롯한 이웃 주민들이 전날 인근 공장에서 이상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눈이 따끔거리고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했고 A씨 농가 뽕잎도 시들었다. 유해물질 배출이 의심됐다. A씨는 누에가 모두 죽어 2천만~3천만원의 피해액을 요구했지만, 공장주는 잘못을 인정하면서 500만원만 지급하고는 나몰라라 했다. 이 변호사가 나섰다. 공장주와 전화 연결이 이뤄졌고 주민들의 불편과 요구사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협의는 쉽지 않았지만 결국 공장주는 공장을 이전하는 대신 손해배상 소송은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선에서 A씨 등 주민들과 합의가 이뤄졌다.

결국 양쪽의 갈등이 합의로 무사히 이뤄졌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상담을 의뢰했던 당사자 누구에게도 ‘고맙다’는 말조차도 들을 수 없었다. 이 변호사는 기능 재부와 자원봉사를 하러 오긴 했지만 목적이 이뤄지자 뒤돌아서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2. 선대에 좋게 지내던 이웃 자손끼리 땅 분쟁 = 이웃에서 자기 땅을 침범해서 사용해도, 심지어 집을 짓고 살아도 옛날에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아무런 불편을 호소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직도 농촌.도농지역 등 낙후지역에서는 아직 흔한 얘기이다.

하지만 30~40년이 지나서 재건축이나 도로 건설로 재측량을 하게 되면서 분쟁이 생긴다. 당시 당사자분들은 돌아가시거나 고령이 돼서 자녀들끼리 분쟁이 많아지고 있다. 이럴 때에는 소유하고자 하는 의사를 갖고 점유했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또 작성된 계약서가 있고 물건을 빌려 쓰고 치르는 대가인 ‘차임(借賃)’도 받으면 괜찮겠지만, 선대(先代)에는 선의로 베풀었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재능기부 자원봉사라도

이 변호사는 인터뷰를 통해 마을변호사 제도에 대한 몇 가지 당부를 했다.

우선 때때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꼬박꼬박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해야 한다. 제반이 되는 교통비 등 기본 여건은 참가 희망 변호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되길 희망했다.

또 아직 마을변호사 활동을 통해 사건 수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자원봉사 차원에서 참여하기를 당부했다. 아직 활성화 초기 단계인데다가 상담 사례가 충분히 누적되지 못해 효과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담 주민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상담을 하다보면 상담 시간 외에 수시로 불러내거나 ‘아니면 말고’ 하는 수준으로 마을변호사를 가볍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 변호사는 “부족한 시간 내서 현장까지 찾아갔는데 이런 주민을 만나게 되면 아무리 재능기부 방식의 자원봉사라고 해도 실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철기자/jc38@joongboo.com



이명근 변호사는.

▶1982년 서울 출생 ▶서울 오산고, 충북대 졸업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4기) 졸업 ▶변호사시험(4회) 합격 ▶2015년 법무법인 센트로 소속 변호사 ▶2015년 제일좋은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변호사 개업(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2016년 2월 법률사무소 민담 대표 ▶수원중부경찰서.수원남부경찰서 수사민원 상담변호사 위촉 ▶ 2016년 경기도 집합건물분쟁 상담위원.성남시 공동주택 전문감사관 위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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