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대형화재 (完)재난분야 R&D참사 악순환 끊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당시 건물관리책임자는 화재경보기를 꺼놓았다. 용접 등 건물 철거 과정에서 경보기가 오작동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보기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기능을 정지시킨 역설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관할소방서가 출동한 건수는 3천773건이다. 하루 평균 10회 이상이다.

정부의 소방방재시설에 대한 연구·개발(R&D)투자가 선행돼야하는 한 이유다.

국민안전처의 2017년 재난 안전 연구·개발투자 예산은 600억으로 올해 정부 예산 400조 7천억 원의 0.0149%다. 2015년 709억 원이던 이 예산은 지난해 633억 원으로 감소하더니 올해 33억 원이 더 줄었다. 이중 소방방재예산은 173억 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의 0.0043%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소방방재분야 R&D 예산은 ‘0’원이다.

연간 수 천건의 경보기 오작동으로 소방행정력이 낭비되고, 메타폴리스처럼 대형참사가 끊이지 않는 한 원인이다. 대형참사시 매번 사고책임자 처벌 등 땜질처방에 그치니 악순환이 계속된다. 소화기 사용기한을 10년(최장 13년)으로 제한하는 법이 이제서야 시행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방방재 조직 구성체계와 선진국 사례 비교론’을 저술한 김병욱 킴스전략 연구소 소장은 “국내 소방방재 설비는 대부분 중소기업 제품이거나 저렴한 수입품이어서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정부가 연구 개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춘하 호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중소업체는 R&D투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질 좋은 화재 감지기 등이 개발되지 못하는 이유”라면서 “하청 단계를 거치면서 중간 업자들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 질이 떨어지는 방재설비를 설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미국은 매년 예산 79억 달러를 운용하는 국가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에서 재난 분야 R&D를 연구지원한다.

일본은 과학연구비조성사업을 통해 재난 분야 R&D에 투자한다. 이 사업을 맡은 일본학술진흥회는 연간 2000억 엔 이상 예산을 운용한다.

이 교수는 “아무리 성능 좋은 기기 등이 개발된다해도 건물주가 사용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건물 규모에 따라 기능이 향상된 소방시설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 마련도 동시에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재난안전 관련 전문가들은 소방방재설비 질(質)을 높이는 동시에 실효적 미시적 연구도 함께 이뤄져야한다고도 조언했다.

윤정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미래연구센터 전문연구원은 “일본과 미국의 경우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재난관리 과정에서 드러난 어떤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것인지가 과제에 드러난 경우가 많다”면서 “일본은 R&D수혜 대상을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세분화하고 이에 따른 방재를 연구하지만 국내는 그렇지 못하다. 대상 선정 단계부터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만 중복 기술 개발 투자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원경기자/letmehug@joongboo.com

▲ 사진=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