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분 받고도 옥상에 설치… 안전관리 소홀로 환자 추락사

▲ 지난달 30일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의 한 정신의료기관 7층에서 담배를 피운 뒤 내려오던 중 6층 계단실 창문을 통해 A씨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병원 측이 사고 발생 이후 뒤늦게 쇠창살로 창문을 막아둔 모습. 사진=김준석기자

수원지역 한 정신의료기관의 관리 소홀이 환자 추락 사고로 이어진(중부일보 2018년 5월 3일자 23면 보도 등) 가운데, 해당 병원이 지난해 관할 보건소의 행정처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흡연구역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병원이 환자들에 대한 관리 소홀은 물론이고 관련 법을 지키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3일 수원중부경찰서와 장안구 파장동에 위치한 한 정신의료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께 알코올중독 치료차 해당 병원에 입원한 A(51)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께 병원 6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7층(옥상 흡연공간)에서 담배를 피운 뒤 내려오던 중 6층 계단실에서 외부로 통하는 여닫이 창문을 통해 추락했다.

해당 병원(지상 7층)은 지상 2~6층까지 폐쇄병동, 7층은 개방병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7층 일부는 외부 옥상공간(재떨이와 가림막 등이 설치된 흡연공간)으로 구분된다.

기존에 병원은 폐쇄병동 각 층마다 한 곳씩 환풍기·재떨이 등을 설치해 둔 3.3㎡ 남짓 흡연공간에서 흡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관할 보건소 점검에서 건물 내 흡연구역에 대한 시정조치를 받은 뒤 11월에는 이를 모두 없애라는 행정처분까지 받았다.

하지만 병원은 각 층에 설치됐던 건물 내 흡연구역만 없앴을 뿐 7층 옥상 공간에 또다시 흡연구역을 마련했다.

국민건강증진법과 보건복지부 세부지침에 따르면 모든 의료기관 시설 내에는 흡연실을 설치할 수 없다.

이는 비흡연자인 환자 및 직원을 고려한다는 취지에 따라 정신의료기관도 예외는 아니며, 옥상 역시 건축물 공간에 포함 돼 흡연실 설치가 불가능하다.

병원 측은 환자 중 75% 이상이 알코올중독 환자라는 특성상 흡연구역을 없앨 경우 또다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관련 법상 지상 외부 출입구에서 10m 이상 떨어진 곳에만 흡연실 설치가 가능한 데 정신질환 특성상 외부 흡연실은 위험하다"면서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옥상층 흡연공간을 없애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소 관계자는 "정신의료기관 입장에서 어려운 측면은 있지만 비흡연자를 위해서는 법 취지에 따라 흡연공간을 외부에 둬야 한다"며 "불미스러운 추락 사고까지 발생한 만큼 행정처분을 다시 내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joo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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