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도래는 우리가 경험해온 국가 사회의 모든 운영 방식을 바꾸게 할 것이다. 그것은 상상속의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우리 세대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다만 체감하는 속도가 영역에 따라 다를 뿐이다.

그 중에서 특히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대학 교육이다. 교육은 신분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 경쟁을 통해 출세를 보장해준 창구이었기에 우리 모두의 관심이 되어 있다. 모두가 대학 입시의 희생양이라고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모두가 가해자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교육부가 저출산 시대에 고등학교 졸업생은 감소하는데 대학의 입학 정원이 과다하게 초과할 것을 우려하여 입학 정원을 감축해야할 대학을 발표하여 입시생을 포함하여 지역 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지역에 대학이라는 기관이 있다는 것은 큰 자산이다, 대학은 자율성과 전문성을 통해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사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제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발표를 보면서 자치의 시대정신 관점에서 아쉬움이 드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시대에 대학의 자치는 무시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지성인이 모여 있다고 하는 대학에서 자율적인 혁신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시장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학생을 모집하지 못해 결국은 재원 고갈이 발생하예 폐교되는 대학에 대해 사후적인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사전적으로 어떤 잣대를 가지고 재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시장은 정부보다 현명하고 움직임이 빠르다. 때로는 냉혹하지만...

둘째 무엇보다 저출산의 시대에 고등학생 졸업생은 감소하지만, 한편 고령화 시대에 재교육의 수요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학위 과정을 마치고 취업을 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취업을 마치고 자기 계발을 위해 대학이 사회와 연계되는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대학이 그것을 수용할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

셋째 이런 시각을 경기도의 잣대에서 보면 경기도는 대학 교육과 관련하여서는 무관심의 지대에 있다. 다른 지역은 도립대학이 있다. 그래서 도 차원에서 방향성을 제시받기도 하고, 지역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가난한 지역의 학생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비교적 인구 소외 지역에 도립대학을 만들도록 하였다. 그래서 도립대학이라고 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서울시립대학교는 전국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에는 대표할 만한 대학이 없다. 서울의 사립대학이 분교 형태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대학교가 있지만, 명칭에 맞지 않게 서울에 거점을 두고 있다. 한경대학교가 경기도의 유일한 4년제 국립대학으로 있지만, 국가의 관심과 지방의 관심에서 모두 벗어나 있다. 평택시에서 서울의 사립대학을 유치하려다가 제대로 되지 않자 외국 대학을 유치하겠다는 이야기는 매우 씁쓸하게 들린다. 국내에서 수급이 맞지 않아 대학을 구조조정하면서 외국 대학을 유치하는 것은 모순이다. 우리의 고등 교육 수준이 외국대학에 비해 그리 경쟁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차제에 사립인 경기대학교와 국립인 한경대학교를 통합하여 경기도를 대표하는 대학으로 육성하여 보는 것은 어떨까. 감축의 시대에 융합을 통해 통합의 혁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립과 국립을 통합한 적이 없다고 어려움을 이야기 할 분들에게 ‘우리는 어차피 가 보지 못한 길에 들어섰다’는 말을 하고 싶다.

자치 시대에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경기도에서 고등교육의 새로운 모형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 대학이 사회에 학위증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의 위상과 기능으로는 미래 사회에 남아 있지 못한다. 자치 시대에 대학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기에 경기도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누가 촉발하고 추진하느냐의 문제이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