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열풍이 불고 있다. 대박 열풍은 꼭 올해만도 아니다. 2003년에는 로또 열풍이 불었다. 설을 앞두고 9회 로또 1등 당첨금이 200억원에 달하자 사람들의 대박 욕망이 로또 판매점 앞 긴 줄서기로 이어졌다. 2007년에는 코스피 지수 2000을 첫 돌파하면서 휴가 나온 군인까지 객장으로 끌어모으는 주식 열풍이 불었다. 2017년에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중들의 관심이 쏠렸다. 비트코인으로 280억원을 번 23세 청년 등의 대박신화가 방송을 타면서 비트코인을 향한 거대한 욕망이 꿈틀댔다.

그리고 부동산 대박 사례가 공공연한 2018년 현재, 오프라인에서건 온라인에서건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자연스레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 꽃이 피어오른다. 최근 강남 한강변 아파트 84㎡가 30억원을 찍었고, 판교·광교 등 경기도 신도시의 대장주 아파트는 분양가 대비 3배 가량 상승했다. 그 때 서울에 아파트를 사놨더라면, 그 때 판교·광교·위례 등에 프리미엄을 주고라도 분양권을 사놨어야 했는데 등 폭등한 부동산의 수익을 누리지 못한 많은 이들의 탄식이 흘러나온다.

뛰는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는 연일 강도 높은 규제책과 주택 공급 확대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두 손 들고 항복하기보다 조용히 심리게임에 돌입했다. 하루가 멀다고 언론을 통해 터져나오던 집값 폭등, 부동산 대박 등의 뉴스가 정부의 눈치를 보듯 잠잠해 졌지만 시장의 움직임은 여전히 물밑에서 치열하다. 이 곳이 막히면 저 곳으로 간다. 서울이 안되면 경기도로, 경기도에서도 규제지역으로 투자에 제한을 받게 되면 규제를 받지 않는 옆 동네로 옮겨간다.

현재 진행형 부동산 열풍을 보면서 시간이 흐른 뒤 열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뭐가 남을지 궁금하다. 자연현상으로의 열풍은 일순간 휘몰아쳤다가 순식간 사라지는 태풍과 비슷한 속성을 지닌다. 그렇다 보니 지나가고 나면 또렷한 흔적을 남긴다. 이번 부동산 열풍도 대한민국에 강한 흔적을 남기겠지만 무엇보다 경기도의 생채기가 클 것 같아 우려된다.

열풍을 가라앉히기 위해 정부는 경기도 내 공공택지를 조성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토부는 지난달 21일 경기지역 신규 공공택지로 성남 신촌(6만8천㎡·1천100가구), 광명 하안2(59만3천㎡·5천400가구), 의왕 청계2(26만5천㎡·2천560가구), 시흥 하중(46만2천㎡·3천500가구), 의정부 우정(51만8천㎡·4천600가구) 등 5곳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광명시는 공공택지 대상 지자체 중 최초로 자치권 훼손을 주장하며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토건사업에 반대한다는 공식 의견을 밝혔다. 과천시도 주거 공급 이슈가 나올 때마다 소방수로 동원되며 서울 집값 잡기의 들러리 역할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성남 신촌동 주민들은 공공택지 지정 반대 삭발 집회를 벌이며 성남시가 나서 광명시나 과천시처럼 주민들의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택지 개발이 시작되면 예정지의 원주민은 토지나 주택을 강제 수용 당하게 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고 반발한다. 원주민과 지역의 반대를 넘어 지구지정을 하고 나면 예정지 내 토지·주택 소유자에 대한 보상이 진행되면서 셈을 더한 보상금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개발 예정지를 돌며 보상금을 노린 투기꾼들도 등장한다. 우여곡절 끝에 보상 문제가 해결되고 택지조성 공사가 시작되면 시행사·건설사의 분양 후 3년 후 입주가 가능해 진다.

그렇게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공공택지 조성 사업이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화 시키는데 알맞은 처방이 된다면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열풍을 잠재우는 대가가 경기도민의 희생이라면 옳지 않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신규 택지 예정지를 놓고 프리미엄 순위를 매기고, 대박 이 기대되는 지역에 봉고차를 동원해 임장을 다닌다. 남들만 누린 부동산 폭등의 수익을 나도 좀 누려보자는 욕망이 경기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경기도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해법처럼 여겨져 왔다. 30년전 조성된 1기 신도시는 노후화 문제로, 2기 신도시는 각종 인프라가 미비해 상당수 베드타운으로 전락해 도시의 미래를 위해 풀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이번 부동산 열풍도 시간이 흐르면 과거의 일이 되겠지만 똑같은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돈 맛을 좇아 한바탕 열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또 다시 자족기능이 떨어지는 도시, 발이 없는 도시 등의 불명예를 안게 된 애먼 경기도만 남게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박현정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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