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전국의 각 지방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세외수입의 우수 사례를 발표하고 선정하는 행사를 한다. 세외수입이 조세저항 없이 원인자 부담, 수익자 부담을 통해 세입을 확보하기 때문에 규모는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자체재원이다. 최근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이 나름 창의적 발상과 적극적 의지로 세외수입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다양성이다. 복지, 환경 등은 현장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그리고 현장에 답이 있다. 중앙정부가 최저한의 기준을 생산하고 있지만, 다양성은 현장에 있다. 그래서 분권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주장도 하게 된다.

현 정부가 분권을 강조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재정 분권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의미가 있다. 국세와 지방세의 구조가 80:20으로 되어 있는 것을 70:30으로 전환하고 궁극적으로 60:40으로 하겠다는 의지에 대해 자치 분권론자의 호응을 받고 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자치분권위원회 산하에 ‘범정부 재정분권TF’를 구성해 ‘재정분권 추진방안’ 마련하였다. 그리고 지난 10월에는 자치분권 종합계획 등을 토대로 부처협의 및 조정과정을 거쳐 범정부차원의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낙관적 기대를 하기에는 아직도 험난하다. 타당성은 인정되지만 실현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선 중앙과 지방의 재정 구조 재설계를 위해서는 중앙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지방재정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사실 정부 내에서의 협력과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를 설치하여 강력한 정치적 지지를 확보했다. 정부혁신과 재정개혁이 여러 부처에 관련되기 때문에 각 부처 공무원이 파견되었고, 전문가 참여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색되었다. 무엇보다 위원장이 강력한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를 받았고, 나중에 정책실장으로 발탁됐기 때문에 논의의 장이 아니라 실행의 장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제도를 설계할 뿐만 아니라 시기별로 점검하고 모니터링 하는 체계도 갖추었다. 그러나 지금은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국정기획위원회, 자치분권위원회 그리고 재정개혁특별위원회 등 대통령 자문기구가 너무 많다. 그리고 각자 자기의 의견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조정의 기능을 갖는 컨트롤 타워 없이는 집행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합의를 했던 공무원들은 곧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다. 이미 기획재정부 장관도 바뀌는 등 지속 가능하게 집행을 추적 관리할 기구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재정자립도와 형평의 딜레마가 있다는 것도 우려된다. 우리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도 문제이지만, 재정력 격차가 큰 것도 문제이다. 지방세수를 확대하면 지역 간 경제력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는 재정력 격차가 확대될 것이 우려된다. 지방재정조정제도를 축소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럴 경우 중앙정부 권한은 축소되지 않을 것이다. 지역 간 수평적인 조정제도가 필요할 수 있으나, 지방의 지방자치 구조에서 쉽지 않다. 2011년 지방소비세를 도입하면서 수도권의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서 연간 4천억원 수준의 세수입의 공동재원으로 출연하여 배분하는 장치를 마련한 적은 있다. 수도권의 협력와 양해에 근거한 이러한 조정 장치 없는 재원 이양은 재정 격차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매우 특징적인 것은 지방세 확충과 연계하여, 균특 포괄보조 사업을 중심으로 2020년에 3.5조원 내외 규모의 중앙정부 기능을 지방정부로 이양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 기능 이양은 곧 국고보조금의 축소를 수반해야 한다. 이것은 각 부처의 업무량 축소를 수반해야 하고 국고보조금 수혜자의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균특의 포괄보조금이 감소하는 경우에 문재인 정부에서 균특의 규모가 축소되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균특의 종합적인 구조 개편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전 부처를 대상으로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논리와 절차 그리고 강력한 추진력 없이는 이번 발표가 청사진의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우려가 있다.

분권의 핵심은 다양성이다. 그것을 추진할 주체에게 재원을 준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 당위성이 있지만, 재원의 재구조화는 제로 섬 게임에 따른 갈등이 유발될 것이다. 그것에 대한 전략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소모적인 논쟁만 야기할 우려가 있다. 추진기구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이원희 한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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