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기 정명 1천년이 되는 해이다. 고려 현종 9년인 1018년 고려의 수도였던 개경과 정주, 덕수, 강음 등 12개 현을 묶어 왕실과 왕도를 보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을 묶어 ‘경기’라는 이름을 명명한 것이다. 정명 1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경기도에서는 경기문화(京畿文化)가 태동한 해로 삼고 다양한 경기천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경기천년의 핵심가치를 미래, 통일, 사람, 공간, 문화, 유산으로 상정하여 추진중이다.

경기 이름을 처음 명명한 고려 왕조는 개방성을 바탕으로 통합과 포용의 문화를 꽃피운 왕조이다. 개풍군 예성강에 위치한 벽란도는 세계로 통하는 관문으로 중국 상인 및 아라비아 상인 등을 통해 다양한 사상과 문물이 들어오는 한반도의 관문이었다. 남북분단으로 섬 아닌 섬이 된 한반도에서 경기도는 관문의 역할을 잃어버리고 최접경지역이라는 긴장된 상황에 몰린 지역이었지만 최근 남북간의 화해무드와 교류가 활성화되는 시기에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경기 천년의 핵심가치 중 통일은 경기도 입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데 추구해야 할 가치에 틀림없다. 고려의 ‘통합’과 ‘포용’ 정신이 갖는 역사적 의의를 성찰하는 일은 통일 시대에 경기도가 가져야 할 자세를 역사적 측면에서 시사하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도민에게 알려진 바가 적지 않은가 한 점이다. 경기도는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지역이다 보니 지자체 저마다의 성장으로 인해 구심점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를 둘러싼 한반도의 평화 국면에서 맞은 경기 천년은 지자체마다에 경기 천년에 주도적으로 해야할 역할을 제시함으로 경기도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데 주체적으로 나아갈 계기가 될 수 있었는데 그와 같은 프로그램이 적은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2014년은 조선 시대 경기좌도와 경기우도를 경기도로 통합한 경기 600년을 기념한 해였으나 경기도민에게 그 의의를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있었던것도 사실이다. 올해의 경기 1천년도 2014년의 600년 기념 행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1천년의 의미가 부각되며 준비한걸로 아는데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민들이 참여하지 못한듯하다

이제 아쉬운 점은 아쉬운대로 성과는 성과대로 갈무리하며 경기 천년을 마무리하는 시기지만 그냥 지나간 이벤트로 머무르지 말고 다가올 미래 1천년을 새롭게 준비하고 시작하는 해로 삼았으면 한다. 이에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경기천년을 기획하며 주요 핵심 가치로 삼은 여섯가지 요소 중 미래와 통일에 대해 발전적인 논의를 통해 앞으로 더 이어질 경기 천년에 대하여 모색하였으면 한다. 마침 이달 14일부터 17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참가하고 평양 옥류관 냉면 분점의 경기도내 설치가 가시화되는 등 경기도가 평화 통일의 교두보로 적극적으로 나가는 시점은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경기도를 둘러싼 공동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남북 교류는 경기도의 향후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필자는 경기 정명1천년이 처음 발걸음을 내디뎠던 개성에서 도내 지자체 소속 관련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답사 및 교류 활동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지난 2007년부터 문화재청 차원에서 남북 공동으로 개성 만월대 발굴 조사가 실시된 적이 있으나 경기도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새로운 의미와 가치 창조가 이루어 질것으로 생각한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교류를 바탕으로 경기 천년을 새롭게 구상하는것도 그 의미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양철원, 광명시청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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