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문다. 바람 끝이 제법 차갑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손시린 계절이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더욱 매섭고 차갑게 느껴진다. 이맘때면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을 전달하자는 적십자회비 참여캠페인이 시작된다. 천하무인(天下無人)이라는 말이 있다. 천하에 사람이 없다가 아니라 하늘아래에 이웃이 있다는 뜻이다. 천하에 타인(他人)은 없다. 113년 전 “광제박애(廣濟博愛) 즉 널리 구제하고, 고루 사랑하라”는 고종황제의 칙령에 의해 적십자사가 설립됐다. 적십자의 주인은 국민이요 수혜자도 국민이다. 글로벌 재난구호기관으로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예견 못한 재난?재해로 고통 받는 우리 이웃의 마음을 녹여준다. 적십자회비는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성금이다. 세금이 아니다. 마음을 담은 소중한 성금이고 자발적 성금이고 국민을 위해 쓰여 진다. 주변에 목표를 이룬 사람들은 “나눠야 더욱 넘치고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뭔가를 받았다고 명예롭게 된 사람은 별로 없다. 명예는 뭔가를 줌으로써 받는 보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점점 살기 좋아진다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산타 할아버지 같은 사람을 기다리는 어려운 이웃이 많다. 맘만 먹으면 기부와 나눔은 모두가 할 수 있다. 우리가 삶의 기준을 나눔과 봉사에 두면 기쁨이 덕지덕지 쌓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 왜 손이 두 개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은 은막을 떠난 후 다른 한 손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데 나섰다. 노블레스 오브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했다. 그의 독서록에 남긴 한 문장의 울림이 사후에도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나눔은 달콤하고 맛있다. 베풂도 기술이다.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는다면 당신이 가진 물질적, 정서적 소유물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삶의 가치는 얼마나 사랑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이웃에게 나눔과 사랑을 베풀었느냐에 달려 있다. 따뜻한 이웃이 되어 어렵고 소외된 이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기 바란다. 이들에게 희망의 디딤돌이 되어줘야 한다. 천하에 타인은 없기에 그렇다. 도움의 손길을 뻗친다는 건 끼니를 같이 하는 것과 같다. 고달픈 삶에서 희로애락을 나누는 것이기도 하다. 내 것만 챙기느라 바쁜 사람들, 세밑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볼 때다. 날로 각박해지는 삶 가운데 주변을 향한 시선은 갈수록 무심해져만 간다. 잊고 있던 어려운 이웃을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았는지, 관심 어린 눈길로 살펴봐야 한다. 적십자회비 참여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적십자는 국민의 공공자산이다. 늘 그랬듯 재난과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따뜻한 마음과 후원에서 시작된다.

올해 지로발송을 통해 세대주 1만원, 일반사업자 3만원, 전문직사업자 5만원, 법인과 종교 10만원이상, 유초중고 10만원이상 전문대 50만원 종합대 70만원을 권장금액으로 정하고 모금에 나서고 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회비모금은 줄고 있어 걱정이다. 더 많은 도민의 자발적 참여가 요구된다. 올해는 납부방법을 더욱 다양화하여 손쉽게 납부할 수 있게 했다. 금융기관을 통한 무인공과금수납기, 현금자동입출금기, 창구수납, 인터넷을 이용한 적십자홈페이지나 금융결제원 지로사이트, 가상계좌,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휴대폰으로 간편결제도 가능하다. 적십자의 기부금은 법정기부금으로 소득금액의 100%한도 내에서 세액공제가 된다. 적십자는 생명이다. 특히 경기적십자는 희망을 지키는 사람들(red cross people)이라는 슬로건으로 특별회비 모금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도내 인도주의 활동을 위한 희망을 지키는 사람들이 하나둘 앞장서 참여하길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나눔 문화도 많이 성장했다. 감동어린 나눔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신문지상을 통해 접할 수 있기에 그렇다. 적십자회비 모금운동은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성숙한 나눔 문화가 올 적십자회비 모금을 통해 한 번 더 확인되길 바란다. 2019년 적십자와 함께 희망을 지켜가는 이들이 많을 때 밝은 길이 열린다. 천하무인이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경기도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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