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이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거대 양당의 유례없는 밀실협상의 결과란 점에서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소수 세 야당이 완전히 배제되어 반쪽짜리 통과라는 오명을 남겼다. 더욱이 민주당과 한국당이 긴급한 주요 현안에 대해서 완전히 서로 다른 대척점에 서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세 당이 느끼는 감정은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상당 부분 민주당과 노선을 같이 했던 정의당과 평화당의 입장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현재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항의 단식 중이다.

정부 여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협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과 의지를 내보였지만 정당의 이익 앞에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 더구나 국가 전체의 예산을 평가하고 심사·조정하는 모습보다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에 막대한 예산이 배정되는 모습도 또다시 되풀이됐다. 막판 처리 시한에 쫓겨 졸속 타결, 깜깜이 심사, 지역예산 끼워 넣기 관행도 여전했다. 국민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200여 건의 법안들도 회기 종료 직전에 한꺼번에 처리됐다. 거대 양당의 밀어붙이기 예산안 통과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의원 세비 인상에 대해 크게 분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야 3당은 이번 예산안 통과와 선거구제 개혁을 연계하여 추진했다. 선거구제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고,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든 정당이 공감을 하고 있는 문제다. 하지만 개혁의 문턱에서 민주당이나 한국당은 다음 총선에서 줄어들 의석수를 끌어안은 채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단식 농성 중인 두 정당의 대표가 '거대 양당이 예산을 야합하고 정치개혁을 짓밟았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평화당도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12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며 연내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각 정당마다 셈법이 달라 올해 안에 선거구제 개혁으로 가는 큰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표심이 의석수를 반영하지 않은 현행 선거구제는 기득권을 가진 정당만 계속 그 기득권을 유지하게 되고 소수당은 배제되는 상황이 계속 돼 개혁은 불가피하다. 선거구제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각 정당의 의석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의사가 정확하게 반영되게 위해서는 현재의 선거구제를 개혁해야 하는 방향성은 당연하고도 옳다. 의석수 챙기기를 떠나 국민의 의사와 삶을 먼저 고려하는 대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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